기사요약
커피의 고향 에티오피아에서 소규모 농부들이 기후변화와 국제 시세 변동 속에서 커피 재배를 이어가고 있다. 직거래와 공정무역의 확산이 농부들의 삶을 조금씩 바꾸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에티오피아 남부 시다모 지역의 해발 1900미터 고지대. 새벽안개가 걷히면 끝없이 펼쳐진 커피나무 사이로 농부들의 하루가 시작된다. 이곳은 커피의 원산지다. 전설에 따르면 9세기 에티오피아의 목동 칼디가 커피 열매를 먹고 활기차게 뛰노는 염소를 보고 커피를 발견했다고 한다. 천 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이곳의 커피 농부들은 여전히 손으로 열매를 따고 햇볕에 건조하는 전통 방식을 지키고 있다.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 최대 커피 생산국이자 세계 5위의 생산국이다. 연간 약 50만 톤의 커피를 생산하며, 전체 수출의 30%를 커피가 차지한다. 약 1500만 명이 커피 관련 산업에 종사하고 있어, 커피는 이 나라의 경제와 문화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커피 농부 한 명이 1킬로그램의 생두에서 받는 금액은 평균 2~3달러에 불과하다.

기후변화는 에티오피아 커피 농부들에게 실존적 위협이다. 기온 상승으로 커피 재배 적합 지역이 점점 높은 고지대로 이동하고 있다. 영국 왕립식물원 큐가든의 연구에 따르면, 현재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50년까지 에티오피아 커피 재배 가능 면적의 최대 60%가 사라질 수 있다. 이상 기후로 인한 병충해 증가도 농부들을 괴롭히고 있다.

그나마 희망적인 변화는 직거래(Direct Trade)의 확산이다. 한국의 여러 스페셜티 커피 업체들이 에티오피아 농장과 직접 계약을 맺고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생두를 구매하고 있다. 서울 소재 로스터리 '오리진 트레일'은 시다모의 소농 협동조합과 3년째 직거래를 이어오고 있다. 대표 한지수 씨는 "직거래를 통해 킬로그램당 5달러 이상을 농부들에게 지불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무역 인증도 농부들의 수익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 공정무역 인증을 받은 에티오피아 커피 농가는 2020년 대비 40% 증가했으며, 인증 농가의 평균 소득은 비인증 농가보다 28%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인증 비용과 복잡한 절차가 소규모 농가에는 여전히 부담이라는 지적도 있다.

에티오피아 현지에서는 커피의 부가가치를 높이려는 시도도 활발하다. 과거에는 생두 상태로 수출하는 것이 대부분이었으나, 최근 아디스아바바를 중심으로 로스팅 공장과 스페셜티 카페가 늘고 있다. 에티오피아 정부도 2030년까지 커피 수출에서 가공 커피의 비중을 현재 5%에서 30%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우리가 마시는 커피 한 잔의 시작점에는 새벽부터 해질녘까지 커피 열매를 따는 농부의 손길이 있다. 그 한 잔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여정을 아는 것, 그것이 커피를 더 깊이 즐기는 첫걸음일 것이다.

📊숫자로 보는 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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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 커피 산업 종사자 수
에티오피아 커피차청,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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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까지 사라질 수 있는 재배 면적
영국 왕립식물원 큐가든,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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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무역 인증 농가 소득 증가율
국제공정무역기구, 2024
이 기사를 주목해야하는 이유
1
공급망의 투명성

커피 한 잔의 출발점인 산지 농부의 현실을 알면, 소비의 의미와 책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2
기후변화의 구체적 영향

기후변화가 커피 재배에 미치는 영향은 우리의 일상 음료가 위협받고 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3
윤리적 소비의 확산

직거래와 공정무역의 확산은 소비자의 선택이 생산자의 삶을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