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시, 점심 식사 후 나른한 시간. 커피를 마시고 싶지만 밤잠이 걱정된다. 이런 고민에 대한 답으로 디카페인 커피를 선택하는 사람이 빠르게 늘고 있다. 한때 '맛없는 커피'의 대명사였던 디카페인이 이제는 커피 시장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025년 국내 디카페인 커피 시장 규모는 약 3200억 원으로, 2020년 대비 세 배 이상 성장했다. 전체 커피 시장에서 디카페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5.8%로, 아직 미국(12%)이나 유럽(10%)에 비하면 낮지만 성장 속도는 가장 빠른 편이다. 카페 프랜차이즈에서도 디카페인 옵션은 이제 기본 메뉴가 됐다.
성장의 가장 큰 동력은 건강 트렌드다. 카페인에 의한 수면 장애, 불안감, 심장 두근거림 등을 경험한 소비자들이 디카페인으로 전환하고 있다. 특히 임산부와 중장년층에서 수요가 높다. 커피전문점 '폴바셋'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디카페인 주문 고객 중 45세 이상이 38%를 차지했고, 20~30대의 오후 시간대 디카페인 주문 비율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디카페인 커피의 맛이 크게 개선된 점도 시장 성장에 기여했다. 전통적인 화학 용매 방식 대신, 스위스워터 프로세스(SWP)나 초임계 이산화탄소 추출법 같은 친환경 기술이 보급되면서 원두 본연의 풍미를 살린 디카페인이 가능해졌다. 최근에는 유전자 편집 기술로 카페인 함량이 낮은 커피 품종을 개발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스페셜티 디카페인도 등장했다. 과거에는 저품질 원두만 디카페인 가공에 사용됐으나, 이제는 고급 싱글 오리진 원두로 만든 디카페인 커피가 속속 출시되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스페셜티 카페는 콜롬비아 후일라 지역의 디카페인 원두를 사용한 드립 커피를 7500원에 판매하고 있는데, 일반 커피 못지않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홈카페 시장에서도 디카페인의 성장은 뚜렷하다. 온라인 쇼핑몰 쿠팡에서 디카페인 원두와 캡슐의 판매량은 2024년 전년 대비 67% 증가했다. 네스프레소, 일리 등 글로벌 브랜드도 디카페인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으며, 국내 로스터리들도 디카페인 전용 블렌드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커피의 매력은 카페인만이 아니다. 그윽한 향, 입안에 감도는 풍미, 한 모금에서 오는 여유. 디카페인 커피의 성장은 카페인 없이도 커피가 주는 이 모든 경험을 즐기고 싶다는 소비자의 바람을 반영한다. 밤에도 걱정 없이 마실 수 있는 커피 한 잔, 디카페인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포화 상태에 가까운 커피 시장에서 디카페인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디카페인 가공 기술의 발전이 맛의 한계를 극복하며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히고 있다.
카페인 섭취를 조절하면서도 커피를 즐기려는 소비자 트렌드는 식음료 산업 전반의 건강 지향 흐름과 맥을 같이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