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11월 22일, 댈러스의 맑은 겨울 햇살 아래를 천천히 달리던 오픈카에서 세 발의 총성이 울린 순간, 미국의 한 대통령만이 아니라 20세기 민주주의의 ‘무결성’ 신화도 함께 머리끄덩이를 잡힌 채 끌려 나왔다. 존 F. 케네디 암살은 텔레비전 생중계와 사진, 녹화 필름을 타고 실시간에 가깝게 세계로 전파됐고, 사흘 뒤 범인으로 지목된 리 하비 오즈월드마저 경찰서 지하 통로에서 생중계 도중 피격돼 사망하면서 사건은 더욱 깊은 의혹의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11월 넷째 주에 벌어진 이 연속극은 “한 개인의 범행인가, 국가와 권력의 음모인가”라는 질문을 남긴 채, 이후 반세기 넘게 수많은 조사위원회와 폭로, 음모론을 양산해 왔다. 무엇보다 의미심장한 것은, 이 사건이 민주주의 체제에서조차 ‘국가가 말하는 진실’과 ‘시민이 믿지 못하는 진실’ 사이의 균열을 전면에 드러냈다는 점이다.
케네디 암살이 열어젖힌 것은 하나의 범죄 사건이 아니라, 현대 정치의 구조적 불신이라는 심연이었다. 워런 위원회가 “단독 범행” 결론을 내렸어도, 수많은 시민은 탄도학과 동선, 필름의 프레임 수까지 분석하며 “그럴 리 없다”는 확신을 다져갔다. 공적 조사와 비공식적 추적이 끝없이 충돌하는 가운데, 진실은 점점 더 명료해지기보다는 안개처럼 퍼져나갔다. 이때 의심의 에너지는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제도와 권력이 정보를 독점한다는 감각, 그리고 “국가는 우리에게 다 말하지 않는다”는 체험으로 굳어졌다. 이는 냉전기 불안, 정보기관의 비밀 작전, 언론과 권력의 밀착으로 이미 예열돼 있던 사회적 감수성과 맞물렸다. 결국 11월 넷째 주의 총성은 한 사람의 심장을 멈추는 데 그치지 않고, 이후 수십 년 동안 서구 민주주의가 스스로를 설명하는 방식, 시민이 정치에 대해 느끼는 근본적 신뢰의 수준을 바꾸어 놓았다.
이 미완의 진실과 집단적 집착을 은유적으로 비춰보려면,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영화 〈조디악〉(Zodiac, 2007)을 떠올려볼 수 있다. 1960~70년대 샌프란시스코를 공포에 빠뜨린 연쇄 살인범 ‘조디악 킬러’를 둘러싼 이 영화는, 러닝타임 157분 동안 사건 자체보다 사건을 쫓는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부식되는지를 집요하게 따라간다. 장르는 범죄 스릴러이지만, 실제로는 미결 사건과 단편적인 증거, 제각기 다른 증언이 얽힌 거대한 미로 속에서 기자와 형사, 만화가가 각자의 강박에 사로잡혀 허우적대는 심리극에 가깝다. 신문사 편집국, 경찰서 기록실, 어두운 차고와 지하실을 오가며, 그들은 자필 편지와 암호문, 필적과 알리바이의 조각을 붙들고 밤을 새운다. 그러나 영화는 끝내 “이 사람이 범인이다”라는 확실한 해답을 내리지 않는다. 마지막까지 남는 것은 한 인물의 얼굴이 아니라, 종이 더미와 낡은 기록, 지친 표정들이다. 〈조디악〉은 살인의 수수께끼보다, “어떤 사회가 설명되지 않는 폭력에 어떻게 중독돼 가는가”를 보여주는 윤리적 스릴러다.
케네디 암살과 〈조디악〉이 교차하는 지점은, 진실의 부재가 불신의 과잉을 낳는 구조에 있다. 케네디 사건을 둘러싼 수많은 이론들―마피아, 쿠바, CIA, 군산복합체, 소련, 심지어 부통령까지―은 하나같이 “공적 진실이 충분히 설득력 있지 않다”는 전제를 공유한다. 〈조디악〉 속 인물들 역시 공식 수사와 발표를 믿지 못한 채 자신들만의 ‘진실 지도’를 그려 나간다. 만화가 그레이스미스는 결국 결혼과 직장을 잃을 만큼 사건에 집착하고, 노년의 형사는 “우리는 아무것도 못 끝냈다”는 허탈함을 숨기지 못한다. 이것은 JFK를 둘러싸고 평생 필름을 돌려 보고, 비밀문서 공개를 기다리고, 책과 다큐멘터리를 써 온 수많은 시민 연구자들의 초상과 겹쳐 보인다. 영화의 카메라는 조디악의 정체보다 그를 쫓는 사람들의 어둑한 방과 눈빛을 오래 응시한다. 마찬가지로 우리 시대의 카메라 역시 사건의 내부보다는, 사건을 해석하고 소비하는 우리 자신의 얼굴을 비추고 있는지도 모른다. 진실이 영원히 미결일 수 있다는 감각은, 어느 순간부터 “어차피 아무도 믿을 수 없다”는 냉소와 “내가 본 것만이 진짜”라는 독단 사이를 오가는 위험한 진동을 만들어낸다.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 1963. 댈러스에서 오픈카를 타고 이동하던 케네디 대통령이 저격당해 사망했다 ⓒ Abraham Zapruder Film / LIFE
조디악 (2007), 데이비드 핀처 감독. 미제 연쇄살인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기자의 집착을 그린 장면 ⓒ Paramount Pic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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