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2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부처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동북아역사재단 박지향 이사장에게 환빠 논쟁과 환단고기를 거론하며 질문을 이어간 장면이 공개되자 논란이 급속히 번졌다. 논쟁의 핵심은 한 문장으로 요약되지 않는다. 대통령의 질문이 무엇을 겨냥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표현이 공적 권력의 언어로 정당화되는 효과를 만들었는지, 그리고 이 사안을 소비하는 대중의 플랫폼이 왜 서로 다른 방향으로 분열됐는지가 함께 얽혀 있다.
현장에서 대통령은 역사교육과 관련해 환빠 논쟁이 있지 않느냐는 취지로 질문을 던졌고, 박 이사장은 잘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통령은 환단고기와 단군 등을 주장하거나 연구하는 사람들을 비하해 환빠라고 부르는 상황을 설명하며, 동북아역사재단이 이런 논쟁을 인지하고 있는지 혹은 관심이 없는지 되묻는 흐름으로 질문을 이어갔다. 이후 대화는 동북아역사재단의 고대사 연구 범위와 역사 연구에서 증거로 삼는 사료의 기준으로 이동했다. 박 이사장이 역사는 사료를 중심으로 해야 한다는 원칙을 언급하자 대통령은 사료가 물리적 증거만을 뜻하는지 역사적 문헌까지 포함하는지 자체가 논쟁거리일 수 있다는 취지로 재질문했고, 환단고기는 문헌이 아니냐는 표현이 더해지면서 논란의 초점이 그 문장으로 수렴했다. 마지막에는 역사를 어떤 시각과 어떤 입장에서 볼 것인지, 근본적으로 입장 차이가 존재한다는 취지로 정리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문제는 이 장면이 확산되는 방식이었다. 대화의 전후 맥락보다 자극적인 단어가 먼저 제목이 되고 클립이 되었고, 환단고기라는 단어는 오래된 유사역사 논쟁의 상징처럼 다시 호출됐다. 대통령이 유사역사 담론을 옹호했느냐 여부를 넘어, 공적 발언이 특정 담론을 논쟁의 장으로 격상시키는 효과 자체가 쟁점이 됐다. 특히 환단고기는 주류 역사학계에서 위서로 규정돼 왔다는 인식이 강한 만큼, 공적 권력자가 이를 문헌으로 부를 수 있느냐는 질문이 곧바로 정치적 공방으로 번졌다.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실은 12월 14일 해당 주장에 동의하거나 연구나 검토를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번 발언이 환단고기 주장에 동조하는 의미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사안을 관계기관이 인지하고 있는지, 국가의 역사관을 어떤 기준으로 세울 것인지 묻는 과정이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다시 말해 논쟁의 대상이 무엇이든 국가기관은 책임 있게 역사관을 정립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어떤 시각과 입장을 취할지 점검하는 질문이었다는 프레임으로 사건을 재구성했다.
그러나 해명이 곧 논란의 종결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야당은 학계에서 검증이 끝난 사안까지 논쟁거리로 격상시켰다고 비판하며 공세를 강화했고, 논란은 정치권의 언어로 재가공되며 확산했다. 이 과정에서 논점은 두 방향으로 갈라졌다. 하나는 대통령의 인식과 판단을 검증하는 문제였다. 다른 하나는 유사역사 담론이 정치권과 결합할 때 교육과 연구의 공적 기준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였다. 전자는 인물과 발언의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후자는 제도와 검증 체계를 세우는 방식으로 논쟁을 끌고 갔다.
학계의 집단 대응은 논란의 성격을 바꿔 놓았다. 역사와 고고학 관련 학회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유사역사 문제를 경계하며 역사학계와 유사역사 사이에는 학문적 논쟁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공적 발언에서 애매한 표현이 남을 경우 유사역사 담론이 정당화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정치권이 명확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치권의 말싸움이 아니라 공적 검증의 원칙을 확립하자는 요구가 전면에 나온 셈이다.
이 논쟁을 바라보는 시선은 학계와 정치권만큼이나 대중 내부에서도 갈라졌다. 특히 여론의 분열은 플랫폼별로 더 선명하게 관찰됐다. 연구자 이문영은 12월 13일 자신의 글에서 이번 논란을 오히려 좋은 기회로 본다고 했다. 그는 보수 진영 언론이 대통령의 인식을 비판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유사역사학은 좌우를 가리지 않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내부에 경도된 인사들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보수 진영 내부에서 유사역사 세력이 쇠퇴하는 계기가 될 수 있고, 그런 흐름이 진보 진영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비판을 가볍게 보지 말고 역사학자들과의 만남을 확대해야 하며 역사학계 역시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고 사회적 설득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함께 내놓았다.
이문영은 이번 논란의 여론이 플랫폼에 따라 다른 초점으로 갈린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일부 신문기사 댓글은 ‘대통령이 환빠냐’는 식으로 발언 주체의 인식과 책임을 묻는 방향으로 모이는 반면, 일부 유튜브 댓글은 ‘식민사학자 척결’처럼 주류 역사학 자체를 공격하는 구도로 흘러가는 경향이 나타난다. 같은 장면을 두고도 뉴스 댓글 공간에서는 발언의 정합성과 책임이 쟁점이 되지만, 영상 플랫폼에서는 집단 정체성과 적대 서사가 더 앞서 호출되는 모습이 관찰된다는 것이다. 이 차이는 논쟁이 사실 확인에서 시작하더라도, 유통 경로에 따라 빠르게 정치적 대립 구도로 재구성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환빠 논쟁이 남긴 과제는 명확하다. 첫째, 공적 권력의 언어가 유사역사 담론을 논쟁의 장으로 불러내는 효과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둘째, 유사역사 문제가 정치적 동원과 결합할 때 교육과 연구 영역에서 어떤 검증 기준과 제도적 원칙으로 선을 그을 것인가. 셋째, 같은 장면을 두고도 뉴스와 유튜브가 서로 다른 전쟁터를 만들어내는 상황에서, 공론장에 필요한 사실의 합의와 검증의 절차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해명 여부를 넘어, 이번 논란이 공적 검증의 기준과 플랫폼 정치의 구조를 동시에 드러냈다는 점에서, 환빠라는 단어는 단발성 소동이 아니라 더 큰 논쟁의 문을 열어젖힌 신호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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