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월 4일, NASA의 화성 탐사 로버 '스피릿'이 구세프 크레이터에 착륙했다. 지구에서 화성까지 약 4억 8천만 킬로미터를 날아간 이 작은 로봇은 90일 동안 활동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스피릿은 6년을 버텼다. 바퀴가 모래에 빠져 움직일 수 없게 된 뒤에도, 고정된 자리에서 태양을 관측하며 데이터를 보냈다. 인간이 만든 기계가 예상보다 20배 이상 오래 살아남은 것이다. 그 집요함은 만든 사람들의 것이기도 했다.
화성 탐사 로버 '스피릿'이 촬영한 화성 표면, 2004년 1월. 구세프 크레이터의 붉은 토양과 바위가 보인다 스피릿은 2010년까지 6년간 활동했다 ⓒ NASA/JPL-Caltech
스피릿의 성공 이후 3주 뒤, 쌍둥이 로버 '오퍼튜니티'도 화성에 착륙했다. 두 로버는 화성에 과거에 물이 존재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 이것은 화성 탐사의 패러다임을 바꾼 발견이었다. 물이 있었다면 생명도 있었을 수 있다. 인류가 화성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영토 확장이 아니라, 우리가 혼자인지를 묻는 것이다.
과학은 낭만이 아니라 문제 해결이다. 감자를 심든, 로버를 고치든, 살아남기 위해 가진 지식을 모두 동원하는 것. 리들리 스콧은 그것을 가장 재미있게 보여주었다.
2015년, 리들리 스콧은 앤디 위어의 소설을 원작으로 The Martian을 만들었다. 화성에 홀로 남겨진 우주비행사 마크 와트니가 과학 지식만으로 생존하는 이야기다. 맷 데이먼이 연기한 와트니는 절망하지 않는다. 대신 계산한다. 감자를 심고, 물을 만들고, 통신을 복구한다. 이 영화에서 과학은 마법이 아니라 노동이다. 생존을 위해 매일 반복하는 문제 풀이.
The Martian (2015), 리들리 스콧 감독. 맷 데이먼이 화성 기지에서 감자를 재배하는 장면 이 영화는 NASA의 기술 자문을 받아 과학적 정확성을 추구했다 ⓒ 20th Century Fox
스피릿이 모래에 갇혀 멈춘 것과 와트니가 화성에 홀로 남겨진 것 사이에는 묘한 유사성이 있다. 둘 다 원래 계획에 없던 상황이었고, 둘 다 가진 것만으로 버텨야 했다. NASA 엔지니어들은 지구에서 스피릿의 바퀴를 빼내기 위해 수개월을 고민했다. 영화 속 NASA도 와트니를 구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것이었다.
화성 탐사는 2024년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다. 2021년 착륙한 퍼서비어런스 로버는 화성의 토양 샘플을 채취하고 있고, 인제뉴이티 헬리콥터는 다른 행성에서의 최초 비행에 성공했다. 스피릿이 시작한 여정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인류는 아직 화성에 발을 딛지 못했지만, 우리가 보낸 기계들은 이미 그곳에서 일하고 있다.
The Martian이 다른 SF 영화와 다른 점은 외계인도, 음모도, 초자연적 힘도 없다는 것이다. 오직 과학과 인간의 의지만 있다. 와트니는 영상 일지에서 말한다. '나는 이 문제를 과학으로 풀겠다.' 스피릿도 같은 말을 했을 것이다. 말할 수 있었다면. 붉은 행성 위의 작은 로버와 영화 속 조난자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은 같다. 살아남는 것은 기적이 아니라 계산이고, 희망은 감정이 아니라 방법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