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1년 12월 6일 새벽,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아일랜드 대표단의 마이클 콜린스는 떨리는 손으로 영국-아일랜드 조약에 서명했다. 800년간 이어진 영국의 지배를 끝내는 역사적 순간이었지만, 그의 얼굴엔 승리의 기쁨보다 무거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내 죽음을 서명했소"라는 그의 예언적 독백은 불과 8개월 후 현실이 됐다. 1922년 8월 22일, 내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31세의 젊은 혁명가는 고향 코크에서 매복 공격을 받아 생을 마감했다. 아일랜드를 자유로 이끈 영웅이 같은 아일랜드인의 총탄에 쓰러진 비극적 아이러니였다.
아일랜드 독립전쟁, 1919–1921년.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위해 투쟁한 아일랜드 공화군(IRA) 의용군들이 더블린 시내에서 행진하고 있다. ⓒ National Library of Ireland
콜린스가 이끈 아일랜드 독립운동은 20세기 탈식민 투쟁의 전형을 보여준다. 1916년 부활절 봉기의 실패 후, 그는 전통적인 정면 대결 대신 게릴라전과 정보전이라는 새로운 전략을 택했다. 더블린 곳곳에 침투한 그의 정보망은 영국 정보부를 무력화시켰고, '피의 일요일' 같은 대담한 작전으로 제국의 심장부를 강타했다. 하지만 독립의 대가는 분단이었다. 북아일랜드 6개 주를 영국에 남겨둔 조약은 아일랜드를 둘로 갈라놓았고, 찬성파와 반대파 사이의 내전으로 이어졌다. 혁명의 동지들이 적이 돼 서로를 겨누는 비극은 모든 독립운동이 직면하는 딜레마를 보여준다.
닐 조던 감독의 Michael Collins는 이 복잡한 역사를 영화적 서사로 재구성한다. 리암 니슨이 연기한 콜린스는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이자 고뇌하는 인간으로 그려진다. 영화는 1916년 부활절 봉기의 패배로 시작해 1922년 그의 암살로 끝나는 격동의 6년을 담았다. 특히 콜린스와 에이먼 데 발레라(앨런 릭먼),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 놓인 키티 키어넌(줄리아 로버츠)의 삼각관계는 정치적 갈등에 인간적 깊이를 더한다. 조던은 액션과 로맨스, 정치 드라마를 균형 있게 배치하면서도 역사의 무게를 놓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