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일본 동북부 해안에서 규모 9.0의 대지진이 발생했다. 이어진 쓰나미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를 덮쳤고, 전원이 차단된 원자로는 냉각 기능을 상실했다. 1호기부터 3호기까지 연쇄적으로 노심용융이 일어났고, 수소폭발로 방사성 물질이 대기 중으로 확산됐다. 체르노빌 이후 최악의 원전사고였다. 반경 20km 이내 주민 15만 명이 긴급 대피했고,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는 혼란스러운 대응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사고 발생 72시간, 일본 열도는 보이지 않는 공포에 떨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관련 역사 사진. ⓒ Public Domain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었다. 일본의 원자력 안전신화, 관료주의적 위기관리 시스템, 정보 은폐 문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인재였다. 도쿄전력은 쓰나미 위험성을 알면서도 방벽을 높이지 않았고, 정부는 초기 대응에서 우왕좌왕했다. 총리실과 원자력안전보안원, 도쿄전력 간의 소통은 엇갈렸고, 피난 범위 설정도 혼선을 빚었다. 무엇보다 정확한 정보 공개를 꺼린 당국의 태도는 국민의 불안을 증폭시켰다. '안전'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일본 사회가 쌓아온 신뢰 체계는 한순간에 무너졌다.
안노 히데아키 감독의 Shin Godzilla는 도쿄만에 나타난 거대 괴수와 맞서는 일본 정부의 대응을 그린다. 영화는 총리관저의 회의실을 주 무대로, 관료들의 끝없는 회의와 결정 지연을 집요하게 보여준다. 괴수가 도심을 파괴하는 동안 정부는 법적 근거를 따지고, 부처 간 책임을 미루며, 전례를 찾느라 시간을 허비한다. 나가이라 사토미, 다케노우치 유타카 등 배우들은 관료의 경직성과 무력감을 절제된 연기로 표현한다. 특히 괴수의 진화 단계마다 대응 매뉴얼이 무용지물이 되는 장면은 시스템의 한계를 날카롭게 드러낸다.
Shin Godzilla (2016), 안노 히데아키 감독. ⓒ Production Company
후쿠시마와 Shin Godzilla는 놀랍도록 닮았다. 예측 불가능한 재난 앞에서 경직된 관료제가 보인 무능함, 전문가의 경고를 무시한 안일함, 국민보다 체면을 중시한 정보 통제가 그것이다. 영화 속 고질라가 방사능을 뿜으며 진화하듯, 후쿠시마의 방사능도 통제를 벗어나 확산됐다. 양쪽 모두에서 진짜 적은 괴수나 원전이 아니라, 위기에 대응하지 못하는 시스템 자체였다. 안노 감독은 괴수영화라는 장르를 빌려, 3.11이 드러낸 일본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해부한 것이다.
후쿠시마 사고로부터 1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처리수 방류 문제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팬데믹, 기후위기, AI 위험 등 새로운 형태의 재난이 인류를 위협하는 지금, 우리의 대응 시스템은 얼마나 진화했을까.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세월호, 이태원 참사 등에서 반복된 초기 대응 실패와 책임 회피는 후쿠시마의 교훈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위기관리는 매뉴얼이 아닌 유연함에서, 은폐가 아닌 투명함에서 시작된다는 단순한 진리를 왜 잊는 것일까.
고질라는 원래 핵의 공포를 형상화한 괴수였다. 1954년 첫 등장 이후, 시대마다 다른 재난의 은유가 되어왔다. Shin Godzilla의 고질라는 쓰나미이자 원전사고이며, 무엇보다 시스템의 실패 그 자체다. 영화는 묻는다. 다음 고질라가 나타났을 때, 우리는 또다시 회의실에 갇혀 있을 것인가. 아니면 진정한 변화를 만들어낼 것인가. 후쿠시마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방벽이 아니라 새로운 사고방식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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