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6년 6월 10일, 메카의 에미르 후세인 빈 알리가 오스만 제국에 대항해 아랍 반란의 봉화를 올렸다. 400년 넘게 아라비아반도를 지배해온 터키의 통치에 맞서, 베두인 부족들은 독립의 깃발을 들었다. 이 반란의 중심에는 영국 정보장교 토마스 에드워드 로렌스가 있었다. 옥스퍼드 출신의 고고학자였던 그는 아랍어에 능통했고, 베두인의 관습을 이해했다. 카이로에서 지도 제작 업무를 하던 그가 사막의 전사가 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카바 항구 점령, 다마스쿠스 진격 등 그가 이끈 게릴라전은 중동 역사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다.
아랍 반란과 T.E. 로렌스, 1916–1918년. 제1차 세계대전 중 오스만 제국에 맞서 아랍 부족과 함께 싸운 영국 장교 로렌스. ⓒ Imperial War Museum
아랍 반란은 단순한 민족 해방 운동이 아니었다. 제1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영국은 오스만 제국을 약화시키기 위해 아랍인들을 이용했다. 맥마흔-후세인 서한에서 영국은 독립 국가 건설을 약속했지만, 동시에 프랑스와는 사이크스-피코 협정을 맺어 중동 분할을 모의했다. 이 이중적 외교는 훗날 팔레스타인 문제의 씨앗이 됐다. 로렌스는 이 모순 속에서 고뇌했다. 그는 아랍인들에게 독립을 약속하면서도, 자신이 속한 제국의 이익을 대변해야 했다. 전쟁이 끝난 후 파리 평화회의에서 아랍의 대의를 옹호했지만, 결국 중동은 영국과 프랑스의 위임통치령으로 나뉘었다.
데이비드 린 감독의 Lawrence of Arabia는 이 복잡한 역사를 3시간 48분의 대서사시로 펼쳐낸다. 피터 오툴이 연기한 로렌스는 문명과 야만, 서구와 동방 사이에서 방황하는 근대적 인간의 초상이다. 영화는 로렌스의 장례식에서 시작해 그의 아라비아 모험을 회상하는 구조를 취한다. 사막의 광활함을 70mm 필름에 담아낸 촬영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걸작이다. 특히 신기루 속에서 오마르 샤리프가 등장하는 장면은 시각적 시(詩)라 할 만하다. 모리스 자르의 음악은 사막의 고독과 전쟁의 비극을 동시에 담아낸다. 영화는 로렌스를 영웅이 아닌 모순적 인간으로 그린다. 그는 폭력을 혐오하면서도 전쟁에 매혹되고, 아랍인이 되고자 하면서도 영국인의 정체성을 버리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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