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3월, 텍사스 댈러스의 한 작은 아파트에서 론 우드루프는 멕시코에서 밀수한 약품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전기기사였던 그는 불과 2년 전 HIV 양성 판정을 받고 30일 시한부를 선고받았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하지 않은 대체 치료제들을 찾아 국경을 넘나들며 생존을 위한 투쟁을 시작했다. 그가 설립한 '댈러스 바이어스 클럽'은 회비를 받고 약품을 나누는 일종의 지하 조직으로, 1980년대 후반 미국 전역에서 수백 개가 운영되던 AIDS 환자 자조 모임 중 하나였다. 당시 유일한 FDA 승인 약물이었던 AZT는 심각한 부작용과 함께 환자당 연간 1만 달러가 넘는 비용이 들었고, 많은 환자들은 생존을 위해 법의 경계를 넘어설 수밖에 없었다.
미국 AIDS 위기와 치료제 운동, 1980–90년대. FDA의 느린 신약 승인에 항의하며 미승인 치료제를 해외에서 밀수한 AIDS 환자들의 투쟁. ⓒ AP통신
AIDS 위기는 단순한 의료 문제를 넘어 1980년대 미국 사회의 깊은 균열을 드러냈다. 레이건 행정부는 1987년이 돼서야 공식적으로 AIDS를 언급했고, FDA의 느린 신약 승인 절차는 수많은 생명을 위협했다. 제약회사들의 독점적 가격 정책, 동성애자와 마약 사용자의 사회적 낙인, 의료 접근권의 불평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바이어스 클럽들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의 풀뿌리 저항이었다. 환자들은 스스로 의학 정보를 연구하고, 국제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때로는 불법적인 방법으로라도 치료제에 접근했다. 이들의 활동은 환자 권리 운동의 중요한 전환점이 됐고, 이후 FDA의 신약 승인 절차 개혁과 의료 민주화 논의를 촉발시켰다.
장마르크 발레 감독의 Dallas Buyers Club은 론 우드루프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매튜 매커너히는 극단적인 체중 감량을 통해 AIDS 환자의 육체적 고통을 생생하게 구현했고, 자레드 레토는 트랜스젠더 여성 레이언 역으로 당시 소수자들이 겪던 이중의 차별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영화는 우드루프가 동성애 혐오자에서 점차 AIDS 환자 공동체의 일원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추적한다. 초반부의 거친 카우보이는 죽음 앞에서 겸손해지고,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들과 연대하며, 거대한 의료 시스템에 맞서는 투사로 거듭난다. 발레 감독은 핸드헬드 카메라와 자연광을 활용해 다큐멘터리적 사실감을 추구하면서도, 인물들의 내면적 변화를 놓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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