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10월, 콜로라도 스프링스. 흑인 경찰관 론 스톨워스는 신문에서 백인우월주의 단체 KKK의 회원 모집 광고를 발견한다. 그는 백인인 척 전화를 걸어 가입 신청을 하고, 실제 대면 접촉이 필요할 때는 백인 동료 플립 짐머만이 그의 역할을 대신한다. 이 전대미문의 잠입 수사는 7개월간 지속되며, 스톨워스는 전화로 KKK 최고 지도자 데이비드 듀크와도 친분을 쌓게 된다. 실화라고 믿기 어려운 이 사건은 미국 역사상 가장 아이러니한 수사 작전 중 하나로 기록된다.
KKK 침투수사. 관련 역사 사진. ⓒ Public Domain
1970년대 미국은 공민권 운동의 성과와 반발이 충돌하던 시기였다. 법적으로는 인종차별이 금지되었지만, KKK 같은 극단주의 단체들은 여전히 활발히 활동했다. 특히 콜로라도 스프링스는 보수적인 군사도시로, 인종 간 긴장이 팽팽했다. 스톨워스의 수사는 단순한 범죄 예방을 넘어, 제도권 내부에서 진행된 인종주의와의 싸움이었다. 그는 경찰 내부의 차별과 외부의 극단주의를 동시에 마주해야 했다.
스파이크 리 감독의 BlacKkKlansman은 이 실화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존 데이비드 워싱턴이 론 스톨워스 역을, 아담 드라이버가 플립 짐머만 역을 맡아 열연했다. 영화는 코미디적 요소를 가미하면서도 인종주의의 어두운 현실을 날카롭게 포착한다. 특히 전화 통화 장면과 KKK 집회 장면을 교차 편집하며 긴장감을 극대화하고, 당시의 시대상을 생생하게 재현한다. 리 감독은 70년대의 이야기를 통해 현재의 문제를 환기시키는 데 성공한다.
BlacKkKlansman (2018), 스파이크 리 감독. ⓒ Production Company
실제 사건과 영화 모두 '정체성의 이중성'이라는 주제를 다룬다. 스톨워스는 흑인이면서 백인인 척해야 했고, 유대인인 짐머만은 반유대주의자들 사이에서 백인 우월주의자 행세를 해야 했다. 이러한 아이러니는 인종주의의 허구성을 폭로한다. 영화는 이를 통해 '순수한 정체성'이라는 환상이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준다. 가면을 쓴 자들이 가면을 쓴 자들을 속이는 이 구조는 인종주의 자체의 공허함을 드러낸다.
2017년 샬러츠빌에서 벌어진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시위는 이 역사가 과거의 일이 아님을 상기시켰다. 영화는 엔딩에서 이 사건의 실제 영상을 삽입함으로써 1970년대와 2010년대를 직접 연결한다. 온라인 공간에서 활동하는 신종 극우 단체들, 증오 범죄의 증가, 정치적 양극화는 형태만 바뀌었을 뿐 본질은 그대로다. 스톨워스가 전화로 침투했던 그 증오의 네트워크는 이제 디지털 공간에서 더욱 교묘하게 작동한다.
론 스톨워스의 용기 있는 수사와 스파이크 리의 영화는 모두 같은 질문을 던진다. 증오의 가면 뒤에 숨은 이들과 어떻게 맞설 것인가? 제도적 차별이 사라져도 마음속 편견은 왜 사라지지 않는가? 우리는 여전히 피부색이 아닌 인격으로 서로를 판단하는 세상을 꿈꾸지만, 그 꿈은 왜 이토록 요원한가? 어쩌면 진정한 잠입 수사는 우리 자신의 내면으로 향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2월 2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실제 사건과 영화 모두 '정체성의 이중성'이라는 주제를 다룬다](https://pltpjrfdfxxbnivrtoew.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films/blackkklansman_backdrop.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