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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4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노리에가의 실제 역사와 영화 속 허구는 놀라울 만큼 닮아있다
영화로 세상을 보다

[2월 4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노리에가의 실제 역사와 영화 속 허구는 놀라울 만큼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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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1989년 미국의 파나마 침공으로 독재자 노리에가가 몰락한 역사적 사건과 영화 '파나마의 재단사'를 비교 분석한 글이다. 냉전 종식 후 더 이상 필요 없어진 협력자를 버린 강대국의 이중성과 정보 조작 문제를 드러낸다. 35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강대국의 개입주의와 정보 왜곡은 계속되고 있다.

1989년 12월 20일 새벽, 미군 2만 7천여 명이 파나마로 진입했다. '저스트 코즈 작전'으로 명명된 이 침공의 목표는 단 한 명, 파나마의 실권자 마누엘 노리에가였다. 한때 CIA의 충실한 협력자였던 그는 어느새 미국의 눈엣가시가 돼 있었다. 노리에가는 프랑스 대사관으로 도피했고, 미군은 록 음악을 최대 볼륨으로 틀어 그를 괴롭혔다. 열흘간의 심리전 끝에 1990년 1월 3일, 그는 마침내 투항했다. 중남미 소국의 독재자가 초강대국의 군사력 앞에 무릎을 꿇는 순간이었다.

역사 사건

파나마 침공, 1989년 12월. 마누엘 노리에가 독재 정권을 축출하기 위해 미군이 파나마시티에 진입하는 모습. ⓒ U.S. Department of Defense

노리에가의 몰락은 냉전 시대 미국 외교정책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준다. 1983년부터 파나마를 실질적으로 지배한 그는 CIA의 정보원으로 활동하며 니카라과 반군을 지원했다. 마약 밀매와 인권 탄압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그를 용인했다. 하지만 소련이 무너지고 냉전이 끝나자 상황은 달라졌다.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진 노리에가는 버려졌고, 미국은 민주주의 수호라는 명분으로 주권국가를 침공했다. 이 과정에서 수백 명의 파나마 민간인이 희생됐지만, 국제사회의 비난은 미미했다. 힘의 논리가 정의를 압도하는 국제정치의 냉혹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건이었다.

존 부어만 감독의 The Tailor of Panama는 노리에가 정권 몰락 이후의 파나마를 배경으로 한다. 피어스 브로스넌이 연기한 앤디 오스나드는 파나마로 좌천된 영국 정보원이다. 그는 제프리 러쉬가 맡은 재단사 해리 펜델을 포섭해 정보를 캐낸다. 문제는 펜델이 돈을 위해 거짓 정보를 만들어낸다는 것. 존재하지 않는 반정부 조직, 가상의 음모론이 진실인 양 보고되고, 이는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부어만은 그레이엄 그린의 원작을 충실히 영화화하면서도, 첩보물의 관습을 비틀어 권력과 정보의 관계를 신랄하게 풍자한다.

영화 스틸
이 기사를 주목해야하는 이유
1
냉전 시대 강대국의 위선

The Tailor of Panama (2001), 존 부어만 감독. 파나마의 정치적 혼란 속에서 영국 첩보원과 재단사가 얽히는 장면. ⓒ Columbia Pictures

노리에가의 실제 역사와 영화 속 허구는 놀라울 만큼 닮아있다. 두 이야기 모두 정보의 조작과 왜곡이 핵심이다. 노리에가는 CIA에 정보를 팔았고, 동시에 쿠바와 소련에도 정보를 제공했다. 영화 속 펜델처럼 그는 각자가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더 중요한 것은 강대국이 약소국을 대하는 태도다. 미국이 노리에가를 이용하고 버린 것처럼, 영화 속 영국 정보부는 파나마를 그저 체스판의 말로만 본다.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오직 자국의 이익만이 중요할 뿐이다. 부어만은 이런 국제정치의 위선을 블랙코미디의 형식으로 고발한다.

노리에가 사건으로부터 35년이 흐른 지금, 강대국의 개입주의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라크, 리비아, 시리아에서 우리는 비슷한 패턴을 목격했다. 독재자를 지원하다가 필요 없어지면 제거하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된다. 정보기관은 여전히 편향된 정보로 정책 결정자를 호도하고, 언론은 이를 무비판적으로 전달한다. 기술은 발전했지만 권력의 작동 방식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SNS와 가짜뉴스의 시대에 진실과 거짓의 경계는 더욱 모호해졌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펜델이 만들어낸 이야기를 진실인 양 소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파나마 운하를 지나는 거대한 선박들처럼, 역사는 느리지만 끊임없이 흐른다. 노리에가는 미국 감옥에서 복역 후 프랑스로 인도됐고, 2017년 파나마에서 뇌종양으로 사망했다. 그가 남긴 것은 무엇인가. 독재의 상처, 주권 침해의 기억, 그리고 국제정치의 씁쓸한 교훈이다. The Tailor of Panama가 던지는 질문은 지금도 유효하다. 우리가 믿는 진실은 과연 진실인가. 아니면 누군가가 우리에게 믿게 하고 싶은 이야기일 뿐인가. 정보가 범람하는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펜들의 재단 솜씨가 아니라 오스나드의 거짓말을 꿰뚫어보는 통찰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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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트 코즈 작전 참여 미군
1989년 12월 20일 파나마 침공 당시
'저스트 코즈 작전'으로 명명된 이 침공의 목표는 단 한 명, 파나마의 실권자 마누엘 노리에가였다.

The Tailor of Panama (2001), 존 부어만 감독. 파나마의 정치적 혼란 속에서 영국 첩보원과 재단사가 얽히는 장면. ⓒ Columbia Pictures

미국이 자국의 이익에 따라 협력자를 이용했다가 버린 사건은 국제정치의 현실을 보여준다. 정의와 명분은 힘의 논리 앞에서 무력함을 드러낸다.

영화와 실제 역사 모두에서 정보의 왜곡이 핵심 문제다. 편향되고 조작된 정보가 국가 정책 결정을 좌우하는 구조는 현재까지도 반복되고 있다.

SNS와 가짜뉴스 시대에 시민들은 구분 없이 거짓 정보를 소비하고 있다. 영화가 던지는 질문 '우리가 믿는 진실은 과연 진실인가'는 오늘날 더욱 절실하다.

노리에가의 실제 역사와 영화 속 허구는 놀라울 만큼 닮아있다. 두 이야기 모두 정보의 조작과 왜곡이 핵심이다. 노리에가는 CIA에 정보를 팔았고, 동시에 쿠바와 소련에도 정보를 제공했다. 영화 속 펜델처럼 그는 각자가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더 중요한 것은 강대국이 약소국을 대하는 태도다. 미국이 노리에가를 이용하고 버린 것처럼, 영화 속 영국 정보부는 파나마를 그저 체스판의 말로만 본다.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오직 자국의 이익만이 중요할 뿐이다. 부어만은 이런 국제정치의 위선을 블랙코미디의 형식으로 고발한다.

노리에가 사건으로부터 35년이 흐른 지금, 강대국의 개입주의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라크, 리비아, 시리아에서 우리는 비슷한 패턴을 목격했다. 독재자를 지원하다가 필요 없어지면 제거하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된다. 정보기관은 여전히 편향된 정보로 정책 결정자를 호도하고, 언론은 이를 무비판적으로 전달한다. 기술은 발전했지만 권력의 작동 방식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SNS와 가짜뉴스의 시대에 진실과 거짓의 경계는 더욱 모호해졌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펜델이 만들어낸 이야기를 진실인 양 소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파나마 운하를 지나는 거대한 선박들처럼, 역사는 느리지만 끊임없이 흐른다. 노리에가는 미국 감옥에서 복역 후 프랑스로 인도됐고, 2017년 파나마에서 뇌종양으로 사망했다. 그가 남긴 것은 무엇인가. 독재의 상처, 주권 침해의 기억, 그리고 국제정치의 씁쓸한 교훈이다. The Tailor of Panama가 던지는 질문은 지금도 유효하다. 우리가 믿는 진실은 과연 진실인가. 아니면 누군가가 우리에게 믿게 하고 싶은 이야기일 뿐인가. 정보가 범람하는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펜들의 재단 솜씨가 아니라 오스나드의 거짓말을 꿰뚫어보는 통찰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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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사관 심리전 기간
1989년 12월 20일~1990년 1월 3일
0
노리에가 사건으로부터 경과 시간
1989년 침공으로부터 2024년 기준
0
노리에가 사망 연도
브리태니커 'Manuel Noriega' (2017년 5월 29일 사망)
2
정보 조작의 위험성
3
진실과 거짓의 경계 모호화
공식 예고편

The Tailor of Panama (2001) — 존 부어만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