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9년 3월 14일, 베를린에서 열린 사모아 회담이 막을 내렸다. 독일, 미국, 영국 세 제국이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사모아를 놓고 벌인 각축전의 결과였다. 회담은 사모아를 세 나라의 공동 보호령으로 만들었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1900년, 결국 사모아는 동서로 분할되었고, 서사모아는 독일의 식민지가 되었다. 베를린에서 멀리 떨어진 이 섬나라의 운명이 유럽의 회의실에서 결정되는 순간, 사모아인들의 목소리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들의 전통적인 마타이(추장) 제도와 파아사모아(사모아의 방식)는 제국의 지도 위에서 지워져갔다.
사모아 독일 식민지. 관련 역사 사진. ⓒ Public Domain
독일의 사모아 지배는 1914년까지 계속되었다. 빌헬름 솔프 총독 치하에서 사모아는 코프라(말린 코코넛) 생산 기지로 전락했다. 플랜테이션 경제가 도입되면서 전통적인 공동체 토지 소유권은 무너졌고, 중국인 노동자들이 대거 유입되었다. 독일 행정부는 효율적이었지만 냉혹했다. 그들은 사모아의 언어와 문화를 열등한 것으로 취급했고, 독일식 교육과 법체계를 강요했다. 1908년에는 마우 운동이라는 저항이 일어났지만, 독일군에 의해 무자비하게 진압되었다. 식민지배는 단순히 정치적 지배가 아니었다. 그것은 한 민족의 정체성과 존엄을 짓밟는 문화적 폭력이었다.
2011년, 뉴질랜드 태생의 사모아계 감독 투시 타마세세는 The Orator라는 영화를 만들었다. 사모아어로 제작된 최초의 장편영화였다. 영화는 작은 체구의 사울레이 역을 맡은 파아노소 폴로마가 추방 위기에 놓인 아내와 딸을 지키기 위해 마을 회의에서 연설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울레이는 평생 말을 아끼며 살아온 과수원지기다. 하지만 가족을 지키기 위해 그는 파아사모아의 전통에 따라 툴라팔레(연설가)가 되어야 한다. 타마세세 감독은 사모아의 전통적인 의사결정 방식인 포노(마을 회의)를 영화의 중심에 놓으면서, 언어와 말하기가 얼마나 중요한 권력의 도구인지를 보여준다.
The Orator (2011), 투시 타마세세 감독. ⓒ Production Company
식민지 시대 사모아인들이 빼앗긴 것과 영화 속 사울레이가 되찾으려는 것은 놀랍도록 닮아있다. 독일 식민정부가 가장 먼저 한 일 중 하나는 사모아어 사용을 제한하고 독일어를 공용어로 만든 것이었다. 말할 권리를 빼앗는 것은 존재를 부정하는 것과 같았다. The Orator에서 사울레이가 마침내 입을 열어 연설할 때, 그것은 단순한 개인의 승리가 아니다. 그것은 침묵당했던 민족이 자신의 언어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역사적 순간의 재현이다. 영화는 식민지배가 남긴 상처를 직접 다루지 않지만, 전통을 지키려는 한 남자의 고투를 통해 문화적 저항의 본질을 포착한다.
오늘날에도 언어와 문화의 헤게모니는 여전히 작동한다. 글로벌 자본주의 시대에 소수 언어들은 빠르게 사라지고 있으며, 영어라는 새로운 제국의 언어가 세계를 지배한다.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들은 기후변화라는 새로운 위협 앞에서 다시 한 번 목소리를 잃을 위기에 처해있다.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가 사라질 위기에 놓인 이들의 절박한 호소는 여전히 강대국들의 이해관계 속에서 묻혀버린다. 100년 전 베를린 회의실에서 일어난 일이 뉴욕의 유엔 회의장에서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사울레이가 마을 회의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첫 마디를 뱉어낼 때, 우리는 모든 침묵당한 이들의 용기를 본다. 그의 연설은 완벽하지 않았지만, 그 불완전함 속에 진정성이 있었다. 식민의 역사는 끝났다고 하지만, 문화적 지배와 종속의 구조는 형태만 바꾼 채 지속되고 있다. 우리 시대의 사울레이들은 어디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그들의 떨리는 첫 마디에 귀 기울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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