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부 해안에서 발생한 규모 9.0의 대지진과 쓰나미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를 강타했다. 원자로 3기가 연쇄적으로 폭발하면서 체르노빌 이후 최악의 원전 사고가 발생했고, 반경 20km 이내 주민 약 16만 명이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었다. 후타바마치, 오쿠마마치, 나미에마치 등 원전 인근 마을 주민들은 방사능 공포 속에서 급히 짐을 싸들고 피난길에 올랐다. 그들 중 많은 이들은 며칠이면 돌아올 수 있으리라 믿었지만, 13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고향 땅을 밟지 못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피난민, 2011년 3월. 방사능 오염으로 고향을 떠나야 했던 후타바정 주민들이 임시 대피소에서 생활하는 모습. ⓒ The Asahi Shimbun
후쿠시마 이주민들의 삶은 단순히 거주지를 옮긴 것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초기에 혼란스러운 대응으로 주민들 신뢰를 잃었고, 동경전력(TEPCO)은 사고의 심각성을 축소하려 했다. 피난 구역 설정과 해제를 둘러싼 논란, 방사능 오염 제거 작업의 실효성 문제, 보상금 지급을 둘러싼 갈등은 이주민 공동체를 분열시켰다. 무엇보다 '자주 피난자'와 '강제 피난자' 사이의 차별적 대우는 같은 고통을 겪는 이들 사이에 깊은 골을 만들었다. 원전 사고는 단순한 환경 재난이 아니라 일본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드러낸 정치적 사건이었다.
후나하시 아쓰시 감독의 다큐멘터리 Nuclear Nation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부터 2년간 후타바마치 주민들의 피난 생활을 밀착 추적한다. 영화는 사이타마현의 폐교에 마련된 임시 대피소에서 시작해, 주민들이 가설주택으로 이주하고 흩어지는 과정을 담담히 기록한다. 감독은 특별한 내레이션이나 음악 없이, 주민들의 일상적인 대화와 표정, 침묵의 순간들을 통해 그들이 겪는 상실감과 분노, 체념을 전달한다. 특히 30년간 후타바마치 정장을 지낸 이도가와 가쓰타카가 정부와 동경전력에 맞서 주민들의 권익을 지키려 분투하는 모습은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3월 2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이는 실제 후쿠시마 이주민들이 직면한 딜레마와 정확히 일치한다](http://nuclearnation.jp/img/main.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