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7월 11일,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의 한 체스판 앞에서 냉전의 운명이 결정되고 있었다. 미국의 바비 피셔와 소련의 보리스 스파스키가 마주 앉은 세계 체스 선수권 대회는 단순한 보드게임을 넘어 동서 진영의 자존심이 걸린 대리전이었다. 29세의 피셔는 편집증적 성격과 기이한 행동으로 악명이 높았지만, 동시에 체스 역사상 가장 천재적인 두뇌를 지닌 인물이었다. 그는 소련이 24년간 독점해온 세계 챔피언 타이틀을 미국으로 가져오기 위해 64개의 정사각형 위에서 고독한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바비 피셔와 냉전 체스, 1972년.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서 벌어진 '세기의 대결'에서 미국의 피셔가 소련의 스파스키를 꺾은 사건. ⓒ AP통신
피셔의 승리는 단순한 개인의 영광이 아니었다. 그것은 집단주의 소련의 개인주의 미국의 승리로 포장됐고, 자유 진영의 우월성을 증명하는 상징이 됐다. 하지만 정작 피셔 자신은 이러한 정치적 의미부여를 거부했다. 그는 체스판 위의 순수한 진리만을 추구했고, 그 과정에서 점점 더 세상과 단절돼 갔다. 챔피언이 된 후 그는 20년간 공식 경기에 나서지 않았고, 반유대주의적 발언과 미국 정부 비판으로 조국에서조차 추방당했다. 천재성과 광기 사이를 오가던 그의 삶은 재능이 가져다주는 고독의 극단을 보여주었다.
스티븐 자이리언 감독의 Searching for Bobby Fischer는 1993년에 개봉한 작품으로, 체스 신동 조쉬 웨이츠킨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7살의 조쉬(맥스 포메란츠)는 뉴욕 워싱턴 스퀘어 공원에서 우연히 체스를 접하고 천재적 재능을 발휘한다. 그의 아버지(조 맨테냐)는 아들을 제2의 바비 피셔로 만들고자 열정적인 교사 브루스(벤 킹슬리)를 고용한다. 하지만 조쉬는 승리의 집착보다 체스 자체의 아름다움과 상대의 존중을 더 중요시한다. 영화는 재능과 인간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한 소년의 성장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4월 2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피셔의 실제 삶과 영화 속 조쉬의 이야기는 놀라운 대조를 이룬다](/api/image?url=https%3A%2F%2Fcdn.asia24.co.kr%2Fimages%2Ftmdb%2Ff2aa347625c0f910739e1690b6c9d6c6.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