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2월 11일, 이란의 마지막 황제 모하마드 레자 팔라비가 국외로 망명하면서 2,500년 왕정의 역사가 막을 내렸다. 혁명의 물결은 테헤란의 거리를 가득 메웠고, 아야톨라 호메이니가 15년의 망명 생활을 끝내고 귀국했다. 그해 3월 8일 국제 여성의 날, 수만 명의 이란 여성들이 히잡 의무화에 반대하며 거리로 나섰다. "자유도 독재도 아닌, 이슬람 공화국"이라는 구호 아래 시작된 혁명은 여성들에게 예상치 못한 굴레를 씌우고 있었다. 불과 몇 달 전까지 미니스커트를 입고 대학을 다니던 여성들은 이제 검은 차도르 속에 자신을 감춰야 했다.
이란 이슬람 혁명, 1979년 2월.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리고 호메이니가 이끄는 이슬람 공화국이 수립된 이란 혁명의 테헤란 시위. ⓒ AFP
이란 혁명은 단순한 정치 체제의 변화가 아니었다. 서구화와 근대화를 추구하던 팔라비 왕조 반발, 빈부 격차와 정치적 억압의 분노, 그리고 이슬람 정체성의 회복이라는 열망이 뒤섞인 복잡한 사건이었다. 혁명 초기에는 좌파, 자유주의자, 이슬람주의자가 연합했으나, 호메이니와 성직자들이 권력을 장악하면서 이란은 신정 국가로 변모했다. 여성들은 이 과정에서 가장 큰 희생을 치렀다. 직업 선택의 자유가 제한되고, 공공장소에서의 남녀 분리가 강화됐으며, 가족법은 여성에게 불리하게 개정됐다. 혁명은 여성들에게 해방이 아닌 새로운 억압을 가져왔다.
2007년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은 애니메이션 Persepolis는 마르잔 사트라피가 자신의 동명 그래픽 노블을 바탕으로 직접 감독한 자전적 작품이다. 흑백의 단순한 선으로 그려진 이 애니메이션은 혁명 전후 이란에서 성장한 한 소녀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낸다. 마르지라는 이름의 주인공은 브루스 리를 좋아하고 아이언 메이든을 듣는 평범한 소녀였지만, 혁명과 전쟁, 그리고 종교적 억압 속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영화는 개인의 미시사를 통해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를 포착하며, 유머와 비극을 절묘하게 배합해 보편적 공감을 이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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