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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3째주 · 2024
[4월 3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영화가 보여주는 교도소 산업의 실체는 충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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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3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영화가 보여주는 교도소 산업의 실체는 충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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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5년 12월 18일, 미국 연방의회가 수정헌법 13조를 비준하던 날. 링컨 대통령의 노예해방선언 이후 3년 만에 이루어진 이 역사적 순간은 400만 명의 흑인 노예들에게 자유를 선물했다. 그러나 헌법 조문에는 작은 예외 조항이 있었다. "노예제와 강제 노역은, 범죄에 대한 형벌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미국 내에서 존재할 수 없다." 바로 이 한 줄의 예외 조항이 향후 150년간 미국 흑인들의 운명을 좌우하게 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남북전쟁이 끝나고 재건의 시대가 열렸지만, 남부의 백인들은 새로운 방법으로 흑인들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역사 사건

미국 흑인 교도소 산업. 관련 역사 사진. ⓒ Public Domain

노예제 폐지 직후, 남부 각 주는 '블랙 코드'라 불리는 일련의 법률을 제정했다. 실업, 부랑, 무단침입 등 사소한 행위도 범죄로 규정해 흑인들을 대거 체포했다. 1870년대부터 시작된 '죄수 임대제'는 주 정부가 죄수들을 농장이나 광산에 임대하는 제도였다. 이는 사실상 노예제의 부활이었다. 20세기 들어서도 이런 관행은 계속됐다. 1970년 미국 전체 수감자는 20만 명이었지만, '마약과의 전쟁'이 시작된 1980년대 이후 급증해 2016년에는 230만 명에 이르렀다. 흑인 남성의 3분의 1이 일생 중 한 번은 교도소를 경험하는 현실. 이것이 바로 현대판 노예제도, 교도소 산업 복합체의 민낯이다.

2016년 10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에이바 듀버네이 감독의 다큐멘터리 13th는 바로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영화는 수정헌법 13조의 예외 조항이 어떻게 150년간 흑인들을 새로운 형태의 노예로 만들었는지 추적한다. 안젤라 데이비스, 코리 부커, 헨리 루이스 게이츠 등 저명한 학자와 활동가들의 인터뷰를 통해 역사적 사실을 재구성한다. 듀버네이 감독은 아카이브 영상과 현대의 경찰 폭력 영상을 교차 편집하며, 과거와 현재가 얼마나 닮아있는지 보여준다. 특히 레이건과 클린턴 시대의 형사정책이 흑인 공동체에 미친 파괴적 영향을 통계와 증언으로 생생하게 드러낸다.

영화 스틸

13th (2016), 에이바 듀버네이 감독. ⓒ Production Company

영화가 보여주는 교도소 산업의 실체는 충격적이다. 미국은 전 세계 인구의 5%에 불과하지만 전 세계 수감자의 25%를 보유하고 있다. 민영 교도소 기업들은 주 정부와 최소 수용 인원을 보장하는 계약을 맺는다. 이들은 수감자 1인당 하루 50~60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수감자들을 시간당 1달러 미만의 임금으로 기업에 노동력을 제공한다. 13th는 이러한 시스템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철저히 계획된 구조임을 폭로한다. 노예제-짐 크로우법-대량 수감으로 이어지는 역사적 연속성은 미국 사회가 흑인을 통제하는 방식이 형태만 바뀌었을 뿐 본질은 동일함을 시사한다.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Black Lives Matter' 운동이 전 세계로 확산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경찰의 과도한 공권력, 불공정한 사법 시스템, 교도소 산업 복합체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한국 역시 무관하지 않다. 외국인 노동자, 이주민, 사회적 약자들이 법의 사각지대에서 고통받는 현실은 미국의 사례가 남의 일이 아님을 보여준다. 형벌이 교정과 재활이 아닌 배제와 착취의 도구가 될 때, 우리 사회는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까. 정의란 무엇이며, 진정한 자유는 어떻게 달성될 수 있을까.

수정헌법 13조의 작은 예외 조항이 만들어낸 150년의 비극. 그것은 법의 언어가 얼마나 교묘하게 불의를 정당화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냉혹한 사례다. 13th가 던지는 질문은 무겁다. 우리는 정말로 노예제를 폐지했는가? 아니면 단지 그 이름을 바꾸었을 뿐인가? 오늘날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차별과 배제의 메커니즘을 보며,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당신이 사는 사회에서 '합법적'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불의는 없는가?

공식 예고편

13th (2016) — 에이바 듀버네이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