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21일,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한 편의 다큐멘터리가 첫 공개됐다. 유엔 평화 대사이자 할리우드 배우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2년간 세계를 돌며 기록한 기후변화의 현장이었다. 그로부터 한 달 뒤인 11월 4일, 파리기후변화협약이 정식 발효됐다. 195개국이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내로 제한하겠다는 약속을 한 역사적 순간이었다. 그러나 협약 발효 나흘 뒤, 기후변화를 "중국이 만든 사기"라고 주장했던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인류의 미래를 위한 약속과 그것을 부정하는 권력이 동시에 등장한 아이러니한 시기였다.
파리 기후변화협정, 2015년 12월 12일. 195개국이 지구 온도 상승을 1.5°C 이내로 제한하기로 합의한 역사적 기후 협약. ⓒ UNFCCC
파리협약은 1997년 교토의정서 이후 18년 만에 체결된 새로운 기후체제였다. 선진국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졌던 교토체제와 달리, 파리협약은 모든 당사국이 자발적 감축목표를 제출하도록 했다. 2015년 12월 협상 타결부터 1년도 안 돼 발효된 것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의 국제사회 인식을 보여줬다. 그러나 법적 구속력이 없는 자발적 목표라는 한계, 미국의 탈퇴 가능성이라는 불안 요소가 이미 내재돼 있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2017년 6월 파리협약 탈퇴를 선언했고, 2020년 11월 공식적으로 탈퇴했다가 바이든 행정부에서 다시 복귀하는 혼란을 겪었다.
피셔 스티븐스 감독의 Before the Flood는 디카프리오가 북극의 녹는 빙하부터 인도네시아의 불타는 열대우림, 중국의 스모그로 뒤덮인 도시까지 직접 찾아가며 기후변화의 실상을 목격하는 과정을 담았다. 영화는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세속적 쾌락의 정원' 삼폭화로 시작해, 천국에서 지옥으로 변해가는 지구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디카프리오는 오바마 대통령, 프란치스코 교황, 일론 머스크 등을 만나 해결책을 모색하고, 화석연료 산업의 로비와 정치적 음모를 파헤친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제작하고 마틴 스코세이지가 제작에 참여한 이 작품은 개봉 첫 주에만 6천만 명이 시청하며 기후 다큐멘터리 사상 최대 관객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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