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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째주 · 2024
[5월 1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영화가 포착한 것은 세월호 이후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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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영화가 포착한 것은 세월호 이후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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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52분,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조도면 부근 해상에서 침몰하기 시작했다. 476명이 탑승한 배에는 수학여행을 떠나는 단원고 2학년 학생 325명이 포함되어 있었다. 구조 가능한 골든타임이 있었음에도 적절한 대응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304명의 생명이 차가운 바다에 잠겼다. 그 중 250명이 꽃다운 열여섯, 열일곱의 아이들이었다. 대한민국은 그날 멈췄고, 온 국민이 목놓아 울었다.

역사 사건

한국 세월호 참사. 관련 역사 사진. ⓒ Public Domain

세월호 참사는 단순한 해상 사고가 아니었다. 과적과 무리한 증축, 부실한 안전 점검, 선장과 선원들의 무책임한 탈출, 해경의 미숙한 구조 작업, 정부의 컨트롤타워 부재까지 대한민국 사회의 총체적 부실이 드러났다. 더욱 분노를 자아낸 것은 참사 이후의 대응이었다.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유가족들은 '시체 장사'라는 모욕을 받았고, 단식 농성은 '폭식 투쟁'이라고 조롱당했다. 국가는 진실을 덮으려 했고, 언론은 왜곡했으며, 일부 국민들은 외면했다. 304개의 생명이 던진 질문에 우리 사회는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이종언 감독의 Birthday는 세월호 참사로 아들을 잃은 한 가족의 이야기다. 엄마 순남(전도연)은 아들 수호의 시신을 찾지 못한 채 3년을 보낸다. 남편 정일(설경구)과는 별거 중이고, 딸 예솔(김보민)과의 관계도 서먹하다. 가족은 각자의 방식으로 슬픔을 견디지만, 함께 애도하지는 못한다. 영화는 수호의 생일을 앞두고 가족이 다시 모이는 과정을 따라간다. 전도연과 설경구의 절제된 연기는 상실의 무게를 고스란히 전달한다. 카메라는 떠들썩하지 않고, 조용히 그들의 일상을 응시한다.

영화 스틸

Birthday (2019), 이종언 감독. ⓒ Production Company

영화가 포착한 것은 세월호 이후의 시간이다. 언론의 관심이 식고, 추모의 물결이 잦아든 뒤에도 유가족들의 삶은 계속된다. 순남이 아들의 교복을 빨고, 방을 치우고, 밥상을 차리는 일상의 장면들은 역설적으로 부재의 크기를 드러낸다. 세월호 참사가 국가적 재난이었다면, Birthday는 그 재난이 개인의 삶에 남긴 흔적을 추적한다. 거대한 비극 속에서 개별적 슬픔이 어떻게 지속되고 변화하는지, 가족이라는 최소 단위의 공동체가 어떻게 무너지고 재건되는지를 보여준다.

2024년 현재,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지났지만 여전히 미완의 과제들이 남아있다. 이태원 참사는 우리가 세월호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되묻게 한다. 반복되는 재난 앞에서 국가의 책임, 진실 규명의 의미, 애도의 방식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Birthday가 그리는 유가족의 일상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다. 우리는 여전히 세월호 이후의 시간을 살고 있으며, 그날의 질문에 답해야 할 책임을 지고 있다.

역사는 거대한 사건으로 기록되지만, 그 사건을 살아내는 것은 개인이다. 세월호가 남긴 304개의 빈자리는 304개의 서로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다. Birthday는 그 중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보편적 애도의 의미를 묻는다. 슬픔을 견디는 방법, 기억하는 방법, 함께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영화의 조용한 응답은 우리에게 묵직한 울림을 남긴다. 우리는 타인의 고통 앞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기억한다는 것은, 애도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공식 예고편

Birthday (2019) — 이종언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