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2월 21일 오후 3시, 뉴욕 맨해튼의 오듀본 볼룸. 약 400명의 청중을 앞에 두고 연단에 오른 말콤 X가 "앗살라무 알라이쿰"이라는 인사말을 건넸다. 그 순간, 객석에서 소동이 일어났고 세 명의 총격범이 일제히 총을 쏘았다. 21발의 총탄이 그의 가슴을 관통했다. 39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 그는 20세기 미국 흑인 운동사의 가장 논쟁적이면서도 영향력 있는 인물이었다. 네브래스카 주 오마하에서 태어난 말콤 리틀은 아버지를 백인 우월주의자들에게 잃고, 어머니는 정신병원에 수용되는 비극적 유년을 보냈다.
말콤 X의 삶과 암살. 관련 역사 사진. ⓒ Public Domain
말콤 X의 정치적 여정은 미국 흑인 운동의 복잡한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1950년대 네이션 오브 이슬람에 입교한 후, 그는 마틴 루터 킹 주니어의 비폭력 저항과는 대조적인 '필요하다면 폭력도 불사'라는 자기방어 철학을 주장했다. 백인 사회와의 통합을 거부하고 흑인 자결권을 외친 그의 메시지는 급진적이었지만, 도시 빈민가의 흑인들에게는 자긍심과 정체성을 일깨우는 복음이었다. 1964년 메카 순례 이후 인종을 초월한 이슬람의 보편성을 깨달은 그는 사상적 전환을 시도했다. 하지만 네이션 오브 이슬람과의 갈등 속에서 암살당했고, 그의 진화하는 사상은 미완으로 남았다.
스파이크 리 감독의 Malcolm X는 1992년 개봉한 3시간 22분의 대서사시다. 덴젤 워싱턴이 혼신의 연기로 말콤 X를 체현한 이 작품은 단순한 전기 영화를 넘어선다. 거리의 사기꾼 '디트로이트 레드'에서 교도소의 독서광으로, 그리고 카리스마 넘치는 설교자를 거쳐 성찰하는 순례자로 변모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특히 교도소 장면에서 말콤이 사전을 필사하며 언어를 습득하는 모습은 지식이 곧 해방임을 보여주는 감동적인 순간이다. 리 감독은 흑백의 플래시백과 다큐멘터리 푸티지를 교차시키며 개인사와 역사를 직조한다.
Malcolm X (1992), 스파이크 리 감독. ⓒ Production Company
역사적 말콤 X와 영화 속 말콤 X는 '변화하는 인간'이라는 주제로 수렴한다. 실제 말콤이 끊임없이 자신을 재정의했듯이, 영화도 고정된 영웅상을 거부한다. 암살 장면의 연출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리 감독은 실제 사건처럼 혼란스럽고 급작스럽게 처리하면서도, 슬로우 모션으로 총탄이 날아가는 순간을 포착한다. 이는 역사의 필연성과 우연성이 교차하는 지점을 시각화한 것이다. 영화는 말콤의 유산이 단순히 과거에 머물지 않고 현재진행형임을 암시한다. 엔딩 크레딧에서 넬슨 만델라가 남아프리카 학생들에게 말콤 X를 가르치는 장면이 이를 웅변한다.
말콤 X의 삶과 죽음은 2024년 현재에도 여전히 논쟁적이다. 블랙 라이브스 매터 운동이 보여주듯, 인종 정의를 위한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그가 주장한 자기방어권은 총기 규제 논란과 맞물려 복잡한 함의를 지닌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그의 사상적 전환이다. 적과 동지를 명확히 구분하던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보편적 형제애를 모색하던 그의 마지막 1년은, 극단으로 치닫는 오늘날의 정치 지형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영화가 재현한 말콤의 순례 여정은 타자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얼마나 혁명적인 행위인지를 보여준다.
말콤 X는 미완성 교향곡처럼 우리 곁에 남아있다. 그의 삶이 보여준 것은 인간은 변할 수 있고, 변해야 한다는 단순하면서도 급진적인 진실이다. 스파이크 리의 영화는 이 변화의 궤적을 예술로 승화시켰고, 덴젤 워싱턴은 한 인간의 복잡성을 온몸으로 체현했다. 암살범의 총탄은 그의 육신을 쓰러뜨렸지만, 그의 질문들은 여전히 살아있다.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오듀본 볼룸의 그 비극적인 오후로부터 59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그의 미완의 대답들을 어떻게 이어받을 것인가?

![[5월 2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암살 장면의 연출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https://pltpjrfdfxxbnivrtoew.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films/malcolm_x_backdrop.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