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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째주 · 2024
[5월 2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이는 에리트레아 독립운동의 본질을 꿰뚫는 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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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이는 에리트레아 독립운동의 본질을 꿰뚫는 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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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9월 1일, 에리트레아의 하마센 지역에서 첫 번째 총성이 울렸다. 하미드 이드리스 아와테가 이끄는 11명의 게릴라 전사들이 에티오피아 경찰 초소를 습격하면서 30년에 걸친 독립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홍해 연안의 이 작은 나라는 이탈리아 식민지에서 영국 위임통치를 거쳐 에티오피아에 강제 병합되었고, 마침내 자결권을 위해 무기를 들었다. 전쟁은 1991년 5월 24일 수도 아스마라가 해방될 때까지 계속되었고, 이 과정에서 25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에리트레아 인구의 3분의 1이 난민이 되어 고향을 떠났고, 남은 이들은 산악 지대에서 끈질긴 저항을 이어갔다.

역사 사건

에리트레아 독립전쟁. 관련 역사 사진. ⓒ Public Domain

에리트레아 독립전쟁은 단순한 분리주의 운동이 아니었다. 냉전 시대 아프리카의 뿔 지역은 미국과 소련의 대리전 무대였고, 에티오피아의 멩기스투 정권은 소련의 지원을 받아 에리트레아를 철권통치했다. 에리트레아 해방전선(ELF)과 에리트레아 인민해방전선(EPLF)은 이념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독립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싸웠다. 여성들도 전체 전투원의 30%를 차지하며 해방운동에 적극 참여했다. 이들은 단지 무기를 들었을 뿐만 아니라 의료, 교육, 행정 분야에서도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다. 전쟁은 에리트레아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고, 독립 이후에도 그 상흔은 깊게 남았다.

2009년 루이지 팔로르니 감독의 Heart of Fire는 에리트레아 독립전쟁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다. 영화는 1981년 에티오피아군의 대규모 공세 '레드 스타 작전' 시기를 그린다. 주인공 아웨트는 EPLF 여성 전사로, 부상당한 동료들을 구하기 위해 적진을 뚫고 의료품을 운반하는 임무를 맡는다. 레티키단 테클레마리암이 연기한 아웨트는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도 인간성을 잃지 않으려 애쓴다. 팔로르니 감독은 실제 EPLF 전사들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대본을 썼고, 에리트레아 현지에서 촬영하여 전쟁의 생생한 질감을 담아냈다. 특히 여성 전사들의 일상을 세밀하게 묘사하며, 해방운동이 단지 정치적 독립만이 아닌 사회적 변혁의 과정이었음을 보여준다.

영화 스틸

Heart of Fire (2009), 루이지 팔로르니 감독. ⓒ Production Company

에리트레아 독립전쟁과 Heart of Fire는 모두 극한 상황에서의 연대와 희생을 다룬다. 전쟁은 EPLF 전사들에게 단순한 군사 작전이 아니라 생존과 정체성을 건 투쟁이었다. 영화 속 아웨트가 동료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듯이, 실제 전쟁에서도 수많은 이름 없는 영웅들이 서로를 의지하며 30년을 버텼다. 팔로르니 감독은 전쟁의 거대한 서사보다는 개인의 선택과 용기에 초점을 맞춘다. 이는 에리트레아 독립운동의 본질을 꿰뚫는 시선이다. 독립은 추상적인 이념이 아니라, 매일 죽음과 맞서며 동료를 지키고 미래를 꿈꾸던 구체적인 인간들의 투쟁이었다.

2024년 현재, 에리트레아는 독립한 지 3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권위주의 체제 아래 있다. 독립전쟁의 영웅 이사이아스 아페웨르키는 1993년부터 대통령직을 유지하며 일당독재를 이어가고 있다. 많은 젊은이들이 의무 군복무를 피해 나라를 떠나고, 언론의 자유는 극도로 제한되어 있다. Heart of Fire가 그린 해방의 꿈과 현실 사이의 간극은 우리에게 독립의 의미를 다시 묻게 한다. 정치적 독립이 곧 자유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에리트레아의 현재는 독립 이후의 국가 건설이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진정한 해방이 무엇인지 성찰하게 만든다.

에리트레아 독립전쟁은 20세기 아프리카에서 가장 긴 해방전쟁 중 하나였다. 30년간 이어진 투쟁은 단순히 영토의 독립만이 아니라 민족의 정체성과 미래를 위한 싸움이었다. Heart of Fire는 이 거대한 역사를 한 여성 전사의 시선으로 담아내며, 전쟁의 인간적 차원을 조명한다. 독립 후 30년이 지난 지금, 에리트레아는 여전히 해방의 의미를 찾아가는 중이다.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진정한 독립이란 무엇인가? 해방을 위해 싸운 이들의 희생은 어떤 미래를 만들어가야 하는가? 그리고 우리는 타인의 자유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공식 예고편

Heart of Fire (2009) — 루이지 팔로르니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