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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3째주 ·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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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3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역사적 사건과 다큐멘터리는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구조를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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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3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역사적 사건과 다큐멘터리는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구조를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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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우크라이나 유로마이단 혁명의 93일간의 투쟁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 'Winter on Fire'를 통해, 역사적 사건과 다큐멘터리가 공유하는 서사 구조와 그것이 현재 우크라이나의 저항 의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평범한 시민들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일어서는 과정에서 역사의 주체가 되는 모습을 조명한다.

2013년 11월 21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독립광장에 수백 명의 시민이 모였다.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유럽연합과의 협력 협정 서명을 돌연 거부한 직후였다. 처음에는 학생 중심의 평화 시위였지만, 11월 30일 새벽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유혈 사태로 번졌다. 이후 93일간 영하 20도의 혹독한 추위 속에서 시민들은 광장을 지켰고, 2014년 2월 22일 야누코비치가 러시아로 도피하면서 혁명은 막을 내렸다. 하지만 100명이 넘는 시민이 목숨을 잃었고, 천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역사는 이를 '유로마이단 혁명'이라 부른다.

역사 사건

우크라이나 유로마이단 혁명, 2013–2014년. 키이우 독립광장에서 EU 가입을 요구하며 야누코비치 정권에 맞선 시민들의 대규모 시위. ⓒ Reuters

유로마이단은 단순한 정권 교체를 넘어선 문명 충돌의 현장이었다. 우크라이나는 지정학적으로 유럽과 러시아 사이에 위치해 있으며, 역사적으로도 양쪽의 영향을 동시에 받아왔다. 야누코비치 정권은 러시아의 압력에 굴복해 유럽연합과의 협력을 포기했고, 이는 서구 지향적 시민들의 분노를 샀다. 광장에 모인 이들은 단지 유럽연합 가입을 원한 것이 아니라, 부패한 권위주의 체제에서 벗어나 민주주의와 법치,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꿈꿨다. 그들에게 유럽은 지리적 개념이 아닌 가치의 상징이었다.

예브게니 아피네예프스키 감독의 Winter on Fire는 유로마이단 혁명의 93일을 생생하게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2015년 베니스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이 작품은 시위 현장에서 직접 촬영한 영상들로 구성돼 있다. 카메라는 최루탄이 터지는 광장 한복판에서, 화염병이 날아다니는 바리케이드 위에서, 저격수의 총탄이 빗발치는 거리에서 시민들과 함께했다. 감독은 특정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지 않고, 학생, 의사, 성직자, 노동자 등 다양한 참가자들의 목소리를 균형 있게 담아냈다. 영화는 평화 시위가 어떻게 유혈 혁명으로 변해가는지, 그 과정에서 평범한 시민들이 어떻게 역사의 주체가 되는지를 보여준다.

영화 스틸

유로마이단 혁명의 역사적 궤적과 Winter on Fire의 다큐멘터리적 서사는 '평범한 시민이 역사의 주체가 되는 과정'이라는 구조를 공유한다. 감독은 영웅 한 명을 내세우지 않고, 학생과 의사, 성직자와 노동자의 목소리를 병렬로 배치한다. 이 구조는 유로마이단이 특정 정치 세력의 주도가 아니라 자발적 시민 운동이었음을 증명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역사 속 93일과 영화 속 98분은 동일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광장을 지킨 것은 이념이 아니라 존엄이었다.

한국인에게 유로마이단의 서사는 낯설지 않다.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이어진 촛불집회는 영하의 추위 속에서 수백만 시민이 광화문 광장을 지킨 사건이었다. 유로마이단의 93일과 촛불집회의 20주는 시민이 광장에서 권력의 부패와 마주한 순간이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같다. 그러나 두 사건의 이후 궤적은 달랐다. 우크라이나는 2022년 러시아의 전면 침공이라는 또 다른 시련과 맞닥뜨렸고, 한국은 촛불 이후의 사회 개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갤럽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60% 이상이 촛불집회의 성과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광장의 에너지를 제도적 변화로 전환하는 과정의 어려움은 키이우에서도 서울에서도 동일한 숙제로 남아 있다.

영하 20도의 키이우 광장에서 시민들이 지킨 것은 유럽연합 가입이라는 구체적 목표를 넘어,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였다. 그 권리를 위해 100명이 넘는 시민이 목숨을 바쳤다. 민주주의는 한 번 얻으면 영원히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 지켜내야 하는 가치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지키기 위해 광장에 설 준비가 돼 있는가.

이 기사를 주목해야하는 이유
1
현재진행형 역사의 증거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이어진 유로마이단 혁명의 역사적 의미가 현재 진행 중이다.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저항 의지와 정체성의 뿌리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배경이 된다.

2
평범함의 위력

학생, 의사, 성직자, 노동자 등 일반 시민들이 역사의 주체가 되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개인의 용기와 행동이 어떻게 역사를 변화시키는지를 실제 사례로 증명한다.

3
가치 충돌의 본질

지정학적 갈등을 넘어 민주주의, 법치, 인권과 같은 보편적 가치의 추구를 조명한다. 현대 국제 분쟁의 근본적인 문명 충돌의 구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공식 예고편

Winter on Fire (2015) — 예브게니 아피네예프스키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