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21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독립광장에 수백 명의 시민이 모였다.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유럽연합과의 협력 협정 서명을 돌연 거부한 직후였다. 처음에는 학생 중심의 평화 시위였지만, 11월 30일 새벽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유혈 사태로 번졌다. 이후 93일간 영하 20도의 혹독한 추위 속에서 시민들은 광장을 지켰고, 2014년 2월 22일 야누코비치가 러시아로 도피하면서 혁명은 막을 내렸다. 하지만 100명이 넘는 시민이 목숨을 잃었고, 천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역사는 이를 '유로마이단 혁명'이라 부른다.
우크라이나 유로마이단 혁명, 2013–2014년. 키이우 독립광장에서 EU 가입을 요구하며 야누코비치 정권에 맞선 시민들의 대규모 시위. ⓒ Reuters
유로마이단은 단순한 정권 교체를 넘어선 문명 충돌의 현장이었다. 우크라이나는 지정학적으로 유럽과 러시아 사이에 위치해 있으며, 역사적으로도 양쪽의 영향을 동시에 받아왔다. 야누코비치 정권은 러시아의 압력에 굴복해 유럽연합과의 협력을 포기했고, 이는 서구 지향적 시민들의 분노를 샀다. 광장에 모인 이들은 단지 유럽연합 가입을 원한 것이 아니라, 부패한 권위주의 체제에서 벗어나 민주주의와 법치,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꿈꿨다. 그들에게 유럽은 지리적 개념이 아닌 가치의 상징이었다.
예브게니 아피네예프스키 감독의 Winter on Fire는 유로마이단 혁명의 93일을 생생하게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2015년 베니스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이 작품은 시위 현장에서 직접 촬영한 영상들로 구성돼 있다. 카메라는 최루탄이 터지는 광장 한복판에서, 화염병이 날아다니는 바리케이드 위에서, 저격수의 총탄이 빗발치는 거리에서 시민들과 함께했다. 감독은 특정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지 않고, 학생, 의사, 성직자, 노동자 등 다양한 참가자들의 목소리를 균형 있게 담아냈다. 영화는 평화 시위가 어떻게 유혈 혁명으로 변해가는지, 그 과정에서 평범한 시민들이 어떻게 역사의 주체가 되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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