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9월 16일 저녁, 레바논 베이루트의 사브라와 샤틸라 난민촌에서 끔찍한 학살이 시작됐다. 이스라엘군이 주둔한 가운데 기독교계 팔랑헤당 민병대가 팔레스타인 난민촌에 진입해 3일간 800명에서 3,500명에 이르는 민간인을 무차별 살해했다. 당시 이스라엘 국방장관이었던 아리엘 샤론은 민병대의 진입을 허가했고, 이스라엘군은 조명탄을 쏘아 올려 학살을 방조했다. 이 사건은 레바논 전쟁에 참전했던 수많은 이스라엘 젊은이들에게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를 남겼다. 그들은 자신들이 홀로코스트의 생존자들의 후손이면서 동시에 학살의 방관자가 됐다는 모순적 정체성 속에서 고통받았다.
사브라-샤틸라 학살, 1982년 9월. 레바논 전쟁 중 베이루트의 팔레스타인 난민캠프에서 수백–수천 명의 민간인이 학살당한 사건. ⓒ AFP
레바논 전쟁은 1982년 6월 이스라엘이 PLO를 축출하기 위해 레바논을 침공하면서 시작됐다. '갈릴리 평화 작전'이라는 명목으로 시작된 이 전쟁은 곧 복잡한 레바논 내전의 수렁에 빠졌다. 이스라엘은 기독교계 민병대와 동맹을 맺었고, 이들은 PLO 지도자 암살의 보복으로 팔레스타인 난민들을 학살했다.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졌고,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40만 명이 참가한 대규모 반전 시위가 일어났다. 조사위원회는 샤론에게 간접 책임을 물어 국방장관직에서 사임하게 했다. 이 전쟁은 이스라엘 사회에 깊은 균열을 남겼고, '정의로운 전쟁'이라는 신화를 무너뜨렸다.
2008년 개봉한 아리 폴만 감독의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Waltz with Bashir는 감독 자신의 잃어버린 전쟁 기억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다. 폴만은 19살에 레바논 전쟁에 참전했지만, 사브라와 샤틸라 학살 당시의 기억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그는 전우들을 찾아다니며 그날의 기억을 재구성하려 한다. 영화는 꿈과 환상, 기억과 망각이 뒤섞인 초현실적인 애니메이션으로 전쟁의 트라우마를 표현한다. 특히 조명탄 아래에서 왈츠를 추듯 총을 난사하는 병사의 이미지는 전쟁의 광기와 아름다움이 기괴하게 결합된 순간을 포착한다. 영화는 마지막에 실제 학살 현장의 다큐멘터리 영상을 보여주며 애니메이션의 환상을 깨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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