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보는 세상
세계와 스크린 사이
7월 1째주 · 2024
← 아시아24 홈
[7월 1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Virgem Margarida가 던지는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영화로 세상을 보다

[7월 1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Virgem Margarida가 던지는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기사 듣기
기사요약
1975년 독립한 모잠비크의 16년 내전으로 약 25만 명의 어린이가 전쟁 고아가 되고 수만 명이 소년병으로 징집됐다. 영화 'Virgem Margarida'는 독립 직후 프렐리모 정권의 '재교육' 명목 강제수용 사건을 통해 이념이 약자, 특히 어린이들을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고발한다. 30년이 지난 현재에도 전 세계 4억 6천만 명의 어린이가 분쟁 지역에 살고 있어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지금도 유효하다.

1975년 6월 25일, 포르투갈로부터 독립한 모잠비크는 희망과 불안이 교차하는 새벽을 맞았다. 수도 마푸토의 거리에는 독립을 축하하는 군중들이 모였지만, 이미 프렐리모와 레나모 사이를 둘러싼 갈등이 암운처럼 드리워져 있었다. 1977년부터 본격화된 내전은 1992년까지 16년간 이어지며 1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중 가장 큰 희생자는 어린이들이었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약 25만 명의 어린이가 전쟁 고아가 됐고, 수만 명이 소년병으로 징집됐다. 마을이 불타고 가족이 흩어지는 혼란 속에서, 어린 생명들은 총알과 기아, 질병의 삼중고에 시달려야 했다.

역사 사건

모잠비크 독립 후 내전, 1977–1992년. 15년간의 내전으로 100만 명이 사망하고 수백만 명이 난민이 된 모잠비크의 참상. ⓒ UNICEF

모잠비크 내전의 비극은 단순한 이념 대립을 넘어선 복합적 갈등이었다. 사회주의 정권인 프렐리모는 급진적 개혁을 추진하며 전통적 권위를 부정했고, 이에 반발한 레나모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로디지아의 지원을 받아 게릴라전을 전개했다. 냉전의 대리전 양상을 띤 이 전쟁에서 민간인들은 양측 모두에게 희생양이 됐다. 특히 어린이들은 교육을 받을 권리를 박탈당하고, 가족과 분리돼 난민 캠프를 전전하거나 무장 세력에 강제 동원됐다. 국제사회는 1989년이 돼서야 아동권리협약을 채택했지만, 모잠비크의 어린이들에게는 너무 늦은 조치였다.

리시니오 아제베도 감독의 Virgem Margarida는 독립 직후 모잠비크의 혼란을 16세 소녀 마가리다의 시선으로 그려낸다. 2012년 칸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이 작품은 프렐리모 정권이 '재교육'이라는 명목으로 여성들을 강제 수용한 실제 사건을 다룬다. 수미냐 말레가 연기한 마가리다는 순진무구한 시골 소녀로, 도시의 매춘부들과 함께 재교육 캠프에 끌려간다. 감독은 마가리다의 맑은 눈을 통해 이념의 광기가 개인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섬세하게 포착한다. 특히 어린 마가리다가 캠프에서 겪는 혼란과 두려움은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영화 스틸

모잠비크 독립과 내전의 역사와 Virgem Margarida가 교차하는 지점은 '해방의 역설'이다. 식민지배에서 벗어난 순간이 곧 또 다른 억압의 시작이 된다는 비극. 프렐리모 정권이 '재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여성들을 수용소에 가두고 개조하려 한 것은, 혁명이 약속한 자유가 얼마나 선별적이고 위선적인지를 드러낸다. 아제베도 감독은 16세 소녀 마가리다의 순수한 시선을 통해 이데올로기의 폭력성을 포착한다. 혁명은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가. 해방된 나라에서 가장 먼저 억압당한 것은 왜 여성과 아이들이었는가.

한국 사회에서 이 질문은 낯설지 않다. 한국전쟁과 분단 이후 남북 양쪽 모두에서 이데올로기의 이름으로 수많은 민간인, 특히 여성과 아이들이 희생됐다. 유엔아동기금(UNICEF)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분쟁 지역에 사는 어린이는 약 4억 6,800만 명에 달한다. 한국은 분쟁을 겪은 나라이면서 동시에 UN 평화유지활동에 참여하는 나라로서, 이 문제에 특별한 책임을 지고 있다. 모잠비크의 비극이 시리아, 예멘, 미얀마에서 반복되고 있는 현실 앞에서,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인가. 전쟁을 겪어본 나라만이 전할 수 있는 메시지가 있다.

마가리다가 수용소에서 겪는 고통은 개인의 비극이면서 동시에 이데올로기가 인간을 도구로 전락시키는 보편적 메커니즘의 축소판이다. 혁명의 이름으로, 체제의 이름으로, 국가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 앞에서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가장 약한 존재들의 삶이다. 우리는 어떤 이름으로 누구의 삶을 짓밟고 있는가.

이 기사를 주목해야하는 이유
1
역사적 비극의 재조명

모잠비크 내전의 구체적 통계를 통해 이데올로기 갈등이 약자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입혔는지 명확히 인식하게 된다. 25만 명의 전쟁 고아는 단순 숫자가 아닌 개별 생명의 비극을 의미한다.

2
현재성과 경고

30년 전 모잠비크의 참상이 시리아, 예멘, 우크라이나에서 반복되고 있으며, 4억 6천만 명의 어린이가 여전히 분쟁 위험에 노출된 현실을 보여준다. 영화의 메시지는 과거의 유산이 아닌 긴급한 현제 과제다.

3
약자 보호 책임

영화를 통해 어린이는 정치적 갈등의 희생자이자 우리 사회가 반드시 보호해야 할 존재임을 다시 한 번 되짚게 된다. 이념이 아닌 보호와 사랑으로 다음 세대를 대해야 한다는 근본적 질문을 제시한다.

공식 예고편

Virgem Margarida (2012) — 리시니오 아제베도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