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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영화와 역사는 '배신당한 애국심'이라는 주제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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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영화와 역사는 '배신당한 애국심'이라는 주제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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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베트남전 귀환병의 고통을 다룬 영화 '롱 웨이 홈'을 통해 국가와 국민으로부터 버림받은 참전 용사들의 트라우마를 조명한다. 영화와 역사는 '배신당한 애국심'이라는 주제로 만나며, 전쟁의 진정한 비용은 살아남은 자들의 끝없는 심리적 고통임을 보여준다.

1973년 3월 29일, 마지막 미군 전투부대가 베트남에서 철수했다. 이날 다낭 공항에서 C-141 수송기에 오른 해병대원들의 표정은 복잡했다. 8년간 이어진 전쟁에서 58,220명의 미군이 전사했고, 30만 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그러나 진짜 고통은 귀환 이후 시작됐다. 공항에서 그들을 맞이한 것은 환영이 아닌 침묵이었고, 때로는 "베이비 킬러"라는 야유였다. 전쟁은 끝났지만, 270만 명의 참전 용사들이 안고 돌아온 상처는 이제 막 시작되고 있었다.

역사 사건

베트남전 반전 시위, 1960–70년대. 워싱턴 D.C.에서 벌어진 대규모 반전 시위에 참여한 베트남 귀환 참전용사들. ⓒ AP통신

베트남전은 미국 역사상 가장 논란이 많았던 전쟁이었다. 냉전의 도미노 이론에 따라 시작된 이 전쟁은 점차 명분을 잃어갔고, 1968년 구정 공세 이후 반전 여론이 거세졌다. 닉슨 행정부는 '명예로운 철수'를 약속했지만, 사이공 함락의 굴욕적인 장면은 미국인들의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이 패배감은 곧 참전 용사들에게 전가됐다. 그들은 국가가 시킨 일을 했을 뿐인데, 돌아온 고향에서는 전쟁의 부도덕성을 상징하는 존재가 돼버렸다. 15만 명 이상의 귀환병이 자살했고, 수십만 명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고통받았다.

올리버 스톤 감독의 Born on the Fourth of July는 이러한 귀환병의 고통을 정면으로 다룬다. 1946년 7월 4일 독립기념일에 태어난 론 코빅(톰 크루즈)은 애국심에 불타 해병대에 자원입대한다. 그러나 1968년 베트남에서 척추를 관통당해 하반신 마비가 된 채 귀국한다. 영화는 열악한 재향군인 병원의 실태, 가족과를 둘러싼 갈등, 반전 운동 참여까지 그의 긴 여정을 따라간다. 톰 크루즈는 휠체어에 앉은 채 절규하는 장면에서 귀환병의 분노와 절망을 온몸으로 표현해냈다. 실제 론 코빅의 자서전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전쟁의 상흔이 개인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보여준다.

영화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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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진행형 전쟁 트라우마

Born on the Fourth of July (1989), 올리버 스톤 감독. 톰 크루즈가 연기한 론 코빅이 휠체어를 탄 채 반전 운동에 나서는 장면. ⓒ Universal Pictures

영화와 역사는 '배신당한 애국심'이라는 주제로 만난다. 론 코빅처럼 많은 청년들이 조국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쳤지만, 돌아온 것은 냉대와 무관심이었다. 영화에서 론이 "나는 죽음을 무릅쓰고 싸웠는데, 왜 나를 버렸느냐"고 절규하는 장면은 실제 수많은 귀환병의 목소리였다. 그들은 정부의 거짓말, 전쟁의 무의미함, 그리고 자신들이 저지른 행위의 죄책감 사이에서 찢겨졌다. 스톤 감독은 자신도 베트남 참전 용사로서, 이 집단적 트라우마를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치유하고자 했다. 전쟁은 총성이 멎는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생존자들의 영혼 속에서 계속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베트남전 종전 후 5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돌아온 새로운 세대의 귀환병들이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다. 미국 재향군인부에 따르면 하루 평균 17명의 퇴역 군인이 자살한다. 첨단 의료 기술로 생명은 구했지만, 영혼의 상처를 치료하는 방법은 여전히 찾지 못했다. 론 코빅이 결국 반전 운동가가 된 것처럼, 많은 귀환병들이 전쟁의 부당함을 증언하는 산 증인이 됐다. 그들의 목소리는 새로운 전쟁을 막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고 있다.

전쟁의 진정한 비용은 무엇일까. 국방 예산이나 전사자 숫자로는 측정할 수 없는, 살아남은 자들의 끝없는 고통이 아닐까. 론 코빅은 영화 마지막에 1976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하며 "나는 미국을 사랑한다. 그래서 진실을 말한다"고 외친다. 애국심과 반전은 모순이 아니라, 오히려 진정한 애국은 무의미한 전쟁을 막는 것임을 깨달은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전쟁을 너무 쉽게 시작하고, 그 대가는 가장 젊고 가난한 이들이 치른다. 과연 우리는 베트남의 교훈을 제대로 배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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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 미군 전사자
미국 국방부 Defense Casualty Analysis System(DCAS) 베트남전 전사자 통계

Born on the Fourth of July (1989), 올리버 스톤 감독. 톰 크루즈가 연기한 론 코빅이 휠체어를 탄 채 반전 운동에 나서는 장면. ⓒ Universal Pictures

베트남전 종전 50년 후에도 참전 용사 자살이 계속되고 있으며,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참전자들도 동일한 고통을 겪고 있다. 전쟁의 상처는 세대를 넘어 계속되고 있다.

영화는 국가 명령에 순종하는 것뿐 아닌 무의미한 전쟁을 비판하는 것이 진정한 애국임을 보여준다. 국방과 반전의 이분법적 구분을 넘어선 성찰을 제시한다.

귀환병들이 영웅이 아닌 '베이비 킬러'로 낙인찍힌 역사는 국가가 선택한 전쟁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위험성을 경고한다. 이는 현재의 정책 결정에도 중요한 함의를 제시한다.

영화와 역사는 '배신당한 애국심'이라는 주제로 만난다. 론 코빅처럼 많은 청년들이 조국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쳤지만, 돌아온 것은 냉대와 무관심이었다. 영화에서 론이 "나는 죽음을 무릅쓰고 싸웠는데, 왜 나를 버렸느냐"고 절규하는 장면은 실제 수많은 귀환병의 목소리였다. 그들은 정부의 거짓말, 전쟁의 무의미함, 그리고 자신들이 저지른 행위의 죄책감 사이에서 찢겨졌다. 스톤 감독은 자신도 베트남 참전 용사로서, 이 집단적 트라우마를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치유하고자 했다. 전쟁은 총성이 멎는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생존자들의 영혼 속에서 계속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베트남전 종전 후 5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돌아온 새로운 세대의 귀환병들이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다. 미국 재향군인부에 따르면 하루 평균 17명의 퇴역 군인이 자살한다. 첨단 의료 기술로 생명은 구했지만, 영혼의 상처를 치료하는 방법은 여전히 찾지 못했다. 론 코빅이 결국 반전 운동가가 된 것처럼, 많은 귀환병들이 전쟁의 부당함을 증언하는 산 증인이 됐다. 그들의 목소리는 새로운 전쟁을 막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고 있다.

전쟁의 진정한 비용은 무엇일까. 국방 예산이나 전사자 숫자로는 측정할 수 없는, 살아남은 자들의 끝없는 고통이 아닐까. 론 코빅은 영화 마지막에 1976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하며 "나는 미국을 사랑한다. 그래서 진실을 말한다"고 외친다. 애국심과 반전은 모순이 아니라, 오히려 진정한 애국은 무의미한 전쟁을 막는 것임을 깨달은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전쟁을 너무 쉽게 시작하고, 그 대가는 가장 젊고 가난한 이들이 치른다. 과연 우리는 베트남의 교훈을 제대로 배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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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예고편

Born on the Fourth of July (1989) — 올리버 스톤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