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3월 24일, 아르헨티나에 군사정권이 들어서면서 '국가재건과정'이라는 이름의 어둠이 시작됐다. 호르헤 비델라 장군이 이끄는 군부는 "서구 기독교 문명을 수호한다"는 명분으로 쿠데타를 일으켰고, 이후 7년간 3만 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사라졌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해군기술학교 ESMA는 비밀 수용소로 변했고, 5천여 명이 이곳에서 고문받고 살해됐다. 특히 임신한 여성 수감자들은 출산 후 아이를 빼앗기고 즉시 처형됐는데, 그렇게 강탈당한 아기가 500명을 넘는다. '더러운 전쟁'이라 불린 이 시대, 실종자들의 어머니들은 1977년 4월 30일부터 매주 목요일 대통령궁 앞 5월 광장에 모여 자식의 행방을 물었다.
아르헨티나 '더러운 전쟁', 1976–1983년. 군사독재 시기 약 30,000명이 실종됐으며, '5월 광장의 어머니들'이 실종자 사진을 들고 시위했다. ⓒ AP통신
군사정권은 '전복분자 소탕'이라는 미명 하에 체계적인 국가 테러를 자행했다. 노동조합 활동가, 학생운동가, 진보적 지식인, 심지어 이들과 관계된 일반 시민까지 무차별적으로 연행됐다. 피랍자들은 '추쿠파도레스'라 불리는 비밀 수용소로 끌려가 잔혹한 고문을 받았고, 대부분은 마취 상태에서 비행기에 태워져 대서양에 투기됐다. 이 '죽음의 비행'은 군부가 시신을 남기지 않기 위해 고안한 잔인한 방법이었다.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군부는 "이들은 실종된 것이 아니라 지하로 숨었을 뿐"이라며 책임을 부인했다. 하지만 1983년 민주화 이후 진실위원회 보고서 '눈카 마스(Nunca Más, 다시는 안 된다)'는 8,960명의 실종자를 공식 확인했다.
1985년 아르헨티나 영화 The Official Story는 이 비극의 한 단면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루이스 푸엔소 감독의 이 작품은 부유한 중산층 여교사 알리시아의 각성 과정을 따라간다. 노르마 알레안드로가 열연한 알리시아는 5살 입양딸 가비를 키우며 평온한 일상을 살아가지만, 오랜 친구 아나의 충격적인 고백을 듣게 된다. 아나는 군부에 의해 납치돼 고문받았던 경험을 털어놓고, 알리시아는 가비의 출생 비밀에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영화는 한 여성이 안락한 무지에서 벗어나 잔혹한 진실과 대면하는 과정을 통해, 침묵하는 다수가 어떻게 독재의 공범이 되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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