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 3월 17일 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는 노르불링카 여름궁전을 빠져나왔다. 23세의 젊은 승려는 평민의 옷으로 변장한 채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라싸를 포위한 지 열흘째, 티베트인들의 봉기가 피로 물들던 시기였다. 경호원 몇 명과 함께 시작된 도보 여정은 2주간 이어졌고, 히말라야를 넘어 인도 국경에 도착한 것은 3월 31일이었다. 14대 달라이 라마 텐진 갸초는 그렇게 고향을 떠났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길이었다.
달라이 라마의 인도 망명, 1959년 3월. 중국의 티베트 탄압을 피해 히말라야를 넘어 인도로 망명한 14대 달라이 라마 텐진 갸초. ⓒ AP통신
탈출의 배경에는 1950년부터 시작된 중국의 티베트 '평화해방'이 있었다. 베이징은 봉건 농노제 타파와 민주개혁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상은 티베트의 종교와 문화를 체계적으로 억압하는 과정이었다. 1959년 3월 10일, 중국군 사령부가 달라이 라마를 초청했다는 소문이 퍼지자 수만 명의 티베트인들이 노르불링카를 에워쌌다. 그들은 지도자를 보호하려 했지만, 중국군의 포격이 시작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달라이 라마의 탈출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라싸 봉기로 수천 명이 희생됐고, 이후 10만 명 이상의 티베트인이 망명길에 올랐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Kundun은 달라이 라마의 유년시절부터 인도 망명까지를 그린다. 'Kundun'은 티베트어로 '존재'를 뜻하는 달라이 라마의 별칭이다. 영화는 1937년 두 살배기 농부의 아들이 13대 달라이 라마의 환생으로 발견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스코세이지는 할리우드 스타 대신 티베트 출신 비전문 배우들을 기용했고, 달라이 라마의 조카 텐진 토프걀이 주연을 맡았다. 필립 글래스의 미니멀리즘 음악과 로저 디킨스의 영상미가 어우러져 명상적이면서도 비극적인 서사를 완성한다. 특히 어린 달라이 라마가 모래 만다라 앞에서 무상을 깨닫는 장면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은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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