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10월 5일, 칠레 산티아고.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장군은 대통령궁 라 모네다를 떠났다. 17년간 이어진 군사독재가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1973년 9월 11일 살바도르 아옌데 정부를 무너뜨린 쿠데타 이후, 피노체트는 철권통치로 칠레를 지배했다. 3,200명 이상이 살해됐고, 8만 명이 투옥됐으며, 20만 명이 망명길에 올랐다. 그러나 1988년 10월 5일 국민투표에서 56%의 국민이 피노체트의 집권 연장에 'No'를 선택했다. 민주주의가 되돌아온 것이다.
칠레 피노체트 독재 종식 국민투표, 1988년 10월 5일. 피노체트의 집권 연장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에서 'No'가 승리해 민주화로 전환된 사건. ⓒ AFP
피노체트의 몰락은 단순한 독재자 한 명의 퇴장이 아니었다. 그것은 냉전 시대 라틴아메리카를 휩쓸었던 군부독재의 종말을 상징했다. 미국 CIA의 지원을 받아 집권한 피노체트는 신자유주의 경제 실험장으로 칠레를 개조했다. '시카고 보이즈'라 불린 경제학자들은 급진적 시장 개혁을 단행했고, 빈부격차는 극대화됐다. 하지만 1982년 경제위기와 국제사회의 압박이 겹치면서 독재체제는 균열을 보이기 시작했다. 1988년 국민투표는 피노체트가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던 도박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그의 무덤을 파는 삽이 됐다.
파블로 라라인 감독의 No는 바로 이 1988년 국민투표를 다룬다.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이 연기한 르네 사베드라는 광고회사에서 일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다. 그는 피노체트 반대 캠페인을 맡아 15분의 TV 광고를 만들어야 한다. 영화는 실제 당시 영상과 재연 장면을 교묘하게 섞어 다큐멘터리적 리얼리즘을 구현한다. 사베드라는 어두운 고발 대신 밝고 희망적인 메시지로 'No' 캠페인을 디자인한다. 무지개와 함께 "칠레, 기쁨이 온다"라는 슬로건은 공포에 지친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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