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12일, 예멘의 라드마 마을에서 미군 드론이 결혼식 행렬을 공격해 민간인 15명이 사망했다. 알카에다 요원을 제거하려던 작전이었으나, 희생자 대부분은 신랑 친척들이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드론 전쟁을 확대하며 '외과수술적 정밀타격'을 강조했지만, 이날의 비극은 원격 전쟁의 어두운 그림자를 드러냈다. 조종사는 네바다주 크리치 공군기지에 앉아 7,000마일 떨어진 예멘 상공을 비행했고, 모니터 속 흐릿한 영상만으로 생사를 결정했다. 기술의 진보가 약속한 '깨끗한 전쟁'은 허상이었고, 픽셀로 변환된 인간의 생명은 너무나 가벼웠다.
미군 드론 공격과 민간인 피해, 2010년대. 예멘·파키스탄·소말리아에서 미군 무인기 공습으로 결혼식 등에서 민간인이 사망한 사건들. ⓒ Bureau of Investigative Journalism
드론 전쟁은 21세기 군사 패러다임의 전환점이었다.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후 미국은 파키스탄, 예멘, 소말리아 등지에서 수천 회의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군인의 희생 없이 적을 제거한다는 매력적인 논리였지만, 민간인 사상자는 계속 늘어났다. 국제법학자들은 주권 침해와 적법절차 없는 처형을 문제 삼았고, 심리학자들은 조종사들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보고했다. 무엇보다 드론 전쟁은 전쟁의 문턱을 낮췄다. 자국민의 피를 흘리지 않는 전쟁은 정치적 부담이 적었고, 그만큼 쉽게 시작되고 오래 지속됐다. 기술이 전쟁을 인간화했다는 주장과 달리, 드론은 전쟁을 일상화시켰다.
개빈 후드 감독의 Eye in the Sky는 드론 전쟁의 도덕적 딜레마를 102분에 압축한다. 케냐 나이로비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준비하는 극단주의자들을 제거하려는 작전이 전개된다. 헬렌 미렌이 연기한 파월 대령은 런던에서, 앨런 릭먼의 벤슨 장군은 정부 회의실에서, 그리고 드론 조종사는 네바다에서 작전을 수행한다. 문제는 표적 건물 옆에서 빵을 파는 9살 소녀 알리아다. 부수적 피해 계산과 법적 검토가 이어지고, 정치인들은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긴다. 영화는 실시간으로 진행되며 관객을 윤리적 선택의 한복판에 세운다. 한 소녀의 생명과 수십 명을 구할 기회 사이에서, 정답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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