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5월 6일, 아프리카의 뿔 지역에서 총성이 울렸다.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 국경 지대의 작은 마을 바드메를 둘러싼 영토 분쟁이 전면전으로 확대되는 순간이었다. 한때 같은 나라였던 두 국가는 1991년 에리트레아가 독립한 이후 불과 7년 만에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눴다. 2000년 6월 평화협정이 체결될 때까지 약 7만 명이 목숨을 잃은 이 전쟁은 "세계에서 가장 무의미한 전쟁"이라 불렸다. 양국은 바드메라는 황량한 국경 마을과 몇 개의 작은 영토를 놓고 젊은이들의 피를 흘렸다. 멩기스투 하일레 마리암의 독재정권을 함께 무너뜨린 동지였던 에티오피아의 멜레스 제나위와 에리트레아의 이사이아스 아프웨르키는 이제 적이 돼 서로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
에티오피아-에리트레아 전쟁, 1998–2000년. 국경 분쟁으로 약 10만 명이 사망한 아프리카의 잊혀진 전쟁. ⓒ Reuters
이 전쟁의 비극성은 단순히 사상자 수에만 있지 않았다. 양국은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음에도 수십억 달러를 무기 구입에 쏟아부었다. 에티오피아는 러시아에서 수호이 전투기를 구입했고, 에리트레아는 우크라이나에서 밀수입한 무기로 맞섰다. 국경 지대의 농민들은 하루아침에 난민이 됐고, 양국에서 수십만 명이 강제 이주당했다. 특히 에티오피아에 거주하던 에리트레아인과 에리트레아에 살던 에티오피아인들은 "적국 국민"이라는 이유로 추방당했다. 가족은 찢어지고, 수십 년간 이어온 이웃 관계는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전쟁은 표면적으로는 영토 분쟁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독립 이후 양국 지도자들 간의 권력 다툼과 경제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하일레 게리마 감독의 Teza는 에티오피아의 격동기를 한 지식인의 시선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1960년대 독일로 유학을 떠난 주인공 안베르베르는 의학을 공부하며 사회주의 이상에 매료된다. 1970년대 에티오피아로 돌아온 그는 멩기스투의 군사정권 하에서 농촌 의사로 일하며 혁명의 꿈을 실현하려 한다. 그러나 현실은 이상과 달랐다. 정치적 숙청과 폭력이 난무하는 가운데, 그는 점차 환멸을 느낀다.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한 지식인의 내적 갈등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주연을 맡은 아론 아레페의 절제된 연기는 시대의 아픔을 온몸으로 체현하는 지식인의 고뇌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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