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6월 18일, 소련의 우주비행사 블라디미르 랴호프와 알렉산드르 알렉산드로프는 살류트 7호 우주정거장에서 극한의 공포를 경험했다. 우주 유영 중 정거장의 태양전지판이 갑작스럽게 고장을 일으키며 전력 공급이 중단됐고, 두 우주비행사는 영하 10도의 추위와 산소 부족이라는 이중의 위협에 직면했다. 지상 관제소와의 통신도 간헐적으로 끊기는 가운데, 그들은 오직 훈련받은 대로 침착함을 유지하며 수동으로 시스템을 복구하는 데 성공했다. 147일간의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 지구로 귀환한 그들은 "우주에서의 고독은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절대적인 고립"이라고 회고했다.
우주 쓰레기 위협과 케슬러 증후군.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수백만 개의 우주 파편이 위성과 우주정거장을 위협하는 문제. ⓒ ESA
냉전 시대 우주 경쟁의 이면에는 이처럼 생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순간들이 숨어 있었다. 미국과 소련은 체제의 우월성을 증명하기 위해 우주 개발에 막대한 자원을 투입했지만, 정작 우주비행사들의 안전은 늘 후순위였다. 1967년 소유즈 1호의 블라디미르 코마로프, 1971년 소유즈 11호의 세 명의 승무원들이 기술적 결함으로 목숨을 잃었음에도 양국의 우주 경쟁은 멈추지 않았다. 우주라는 극한 환경에서 인간의 생명은 국가적 위신과 정치적 선전 앞에 너무나 가벼웠고, 우주비행사들은 자신들이 '영웅'이기 이전에 '실험 대상'임을 알고 있었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Gravity는 우주 공간에서 표류하게 된 의료 공학자 라이언 스톤 박사(산드라 블록)의 생존기를 그린다. 허블 망원경을 수리하던 중 러시아 위성의 파편이 연쇄 충돌을 일으키며 우주 왕복선이 파괴되고, 스톤 박사는 무중력 상태에서 끝없이 회전하며 우주의 심연으로 빠져든다. 산드라 블록은 호흡 하나, 손짓 하나에도 공포와 절망, 그리고 살고자 하는 의지를 담아내며 관객을 90분간 숨 막히는 긴장 속에 몰아넣는다. 특히 우주복 헬멧에 반사된 지구의 모습과 그녀의 눈물이 무중력 상태에서 떠다니는 장면은 인간의 나약함과 우주의 광대함을 시각적으로 대비시킨다.

![[9월 3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우주 개발사와 Gravity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명확하다](/api/image?url=https%3A%2F%2Fcdn.asia24.co.kr%2Fimages%2Ftmdb%2F42ade9ffc14bd9d74ce9e794dbe12a47.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