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5월 22일, 그리스 테살로니키의 한 강연장 앞. 평화운동가이자 의원인 그리고리오스 람브라키스가 반핵 평화 집회를 마치고 나오던 중, 삼륜차를 탄 괴한들에게 습격당해 쓰러진다. 5일 후 병원에서 숨을 거둔 그는 44세였다. 표면적으로는 단순한 교통사고였지만, 목격자들은 철봉을 든 괴한이 의도적으로 그의 머리를 가격했다고 증언했다. 사건 직후 경찰은 서둘러 현장을 정리했고, 증거는 사라졌다. 그리스 전역에 충격과 분노가 퍼져나갔다. 람브라키스의 죽음은 단순한 살인이 아니었다. 그것은 민주주의의 공격이었고, 다가올 군부독재의 서막이었다.
그리스 군사독재와 람브라키스 암살, 1963년 5월 22일. 그리스 평화운동가 그리고리스 람브라키스가 군부 관련 극우파에 의해 암살된 사건. ⓒ AP통신
1960년대 그리스는 냉전의 최전선이었다. 내전의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상황에서 우익 정부는 좌파 세력을 탄압했고, 군부와 왕당파는 반공을 명분으로 권력을 강화했다. 람브라키스는 이런 상황에서 평화와 민주주의를 외친 양심의 목소리였다. 의사 출신인 그는 런던 올림픽 육상 국가대표로도 활약했던 인물이다. 정치에 입문한 후 그는 핵무기 반대, NATO 기지 철수를 주장하며 보수 세력의 눈엣가시가 됐다. 그의 암살은 조직적이었다. 극우 준군사조직이 실행했고, 경찰이 방조했으며, 정부가 은폐했다. 4년 후인 1967년, 군부는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했다. 암살이 독재로 가는 길을 닦은 셈이었다.
1969년, 프랑스에 망명 중이던 그리스 감독 코스타 가브라스는 이 사건을 영화로 만들었다. Z라는 단 한 글자의 제목은 그리스어로 '그는 살아있다'를 뜻하는 'Zei'의 첫 글자다. 장 루이 트랭티냥이 연기한 예심판사가 정치인 암살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을 다큐멘터리처럼 건조하게 그려낸다. 이브 몽탕은 암살당한 정치인 역을, 이렌 파파스는 그의 아내를 연기했다. 영화는 놀라울 정도로 실제 사건에 충실하다. 삼륜차, 철봉, 증인 실종, 경찰의 은폐, 군부의 개입까지. 가브라스는 스릴러의 형식을 빌려 정치적 진실을 추적한다. 카메라는 목격자를 쫓고, 증거를 찾고, 거짓말을 벗겨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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