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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3째주 ·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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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3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먼저 폭력이 있고, 은폐가 뒤따르며, 침묵이 강요된다
영화로 세상을 보다

[9월 3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먼저 폭력이 있고, 은폐가 뒤따르며, 침묵이 강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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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1963년 그리스의 평화운동가 람브라키스 암살 사건을 다룬 1969년 영화 'Z'는 권력의 폭력, 은폐, 침묵 강요의 메커니즘을 드러낸다. 영화는 실제 사건에 충실하면서도 민주주의 수호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현대의 가짜뉴스와 여론 조작에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전한다.

1963년 5월 22일, 그리스 테살로니키의 한 강연장 앞. 평화운동가이자 의원인 그리고리오스 람브라키스가 반핵 평화 집회를 마치고 나오던 중, 삼륜차를 탄 괴한들에게 습격당해 쓰러진다. 5일 후 병원에서 숨을 거둔 그는 44세였다. 표면적으로는 단순한 교통사고였지만, 목격자들은 철봉을 든 괴한이 의도적으로 그의 머리를 가격했다고 증언했다. 사건 직후 경찰은 서둘러 현장을 정리했고, 증거는 사라졌다. 그리스 전역에 충격과 분노가 퍼져나갔다. 람브라키스의 죽음은 단순한 살인이 아니었다. 그것은 민주주의의 공격이었고, 다가올 군부독재의 서막이었다.

역사 사건

그리스 군사독재와 람브라키스 암살, 1963년 5월 22일. 그리스 평화운동가 그리고리스 람브라키스가 군부 관련 극우파에 의해 암살된 사건. ⓒ AP통신

1960년대 그리스는 냉전의 최전선이었다. 내전의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상황에서 우익 정부는 좌파 세력을 탄압했고, 군부와 왕당파는 반공을 명분으로 권력을 강화했다. 람브라키스는 이런 상황에서 평화와 민주주의를 외친 양심의 목소리였다. 의사 출신인 그는 런던 올림픽 육상 국가대표로도 활약했던 인물이다. 정치에 입문한 후 그는 핵무기 반대, NATO 기지 철수를 주장하며 보수 세력의 눈엣가시가 됐다. 그의 암살은 조직적이었다. 극우 준군사조직이 실행했고, 경찰이 방조했으며, 정부가 은폐했다. 4년 후인 1967년, 군부는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했다. 암살이 독재로 가는 길을 닦은 셈이었다.

1969년, 프랑스에 망명 중이던 그리스 감독 코스타 가브라스는 이 사건을 영화로 만들었다. Z라는 단 한 글자의 제목은 그리스어로 '그는 살아있다'를 뜻하는 'Zei'의 첫 글자다. 장 루이 트랭티냥이 연기한 예심판사가 정치인 암살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을 다큐멘터리처럼 건조하게 그려낸다. 이브 몽탕은 암살당한 정치인 역을, 이렌 파파스는 그의 아내를 연기했다. 영화는 놀라울 정도로 실제 사건에 충실하다. 삼륜차, 철봉, 증인 실종, 경찰의 은폐, 군부의 개입까지. 가브라스는 스릴러의 형식을 빌려 정치적 진실을 추적한다. 카메라는 목격자를 쫓고, 증거를 찾고, 거짓말을 벗겨낸다.

영화 스틸
이 기사를 주목해야하는 이유
1
민주주의 수호의 교훈

Z (1969),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 이브 몽탕이 연기한 정치가의 암살과 이를 은폐하려는 군부의 음모를 추적하는 장면. ⓒ Reggane Films

람브라키스 사건과 영화 Z는 권력이 진실을 조작하는 메커니즘을 똑같이 보여준다. 먼저 폭력이 있고, 은폐가 뒤따르며, 침묵이 강요된다. 하지만 진실은 균열을 통해 새어 나온다. 양심적인 판사, 용기 있는 기자, 두려움을 이긴 증인들이 등장한다. 영화는 실제 사건처럼 작은 승리로 끝난다. 진범들이 체포되고 배후가 드러난다. 그러나 이것은 잠깐의 빛일 뿐이다. 현실에서 군부는 쿠데타로 모든 것을 뒤집었고, 영화 속에서도 군부가 등장하며 불길한 미래를 예고한다. 가브라스는 한 정치인의 죽음이 어떻게 한 나라의 죽음으로 이어지는지를 정확히 포착했다.

람브라키스 암살로부터 61년, 영화 Z로부터 55년이 지났지만, 권력의 폭력과 은폐의 메커니즘은 여전히 작동한다. 형태만 바뀌었을 뿐이다. 물리적 암살은 줄었지만, 사회적 암살은 늘었다. 가짜뉴스로 인격을 살해하고, 여론 조작으로 진실을 묻으며, 알고리즘으로 침묵을 강요한다. 그리스 군부독재는 7년 만에 무너졌지만, 그 상처는 오래 남았다. 민주주의는 한 번의 승리로 완성되지 않는다. 끊임없이 지켜야 하고, 매일 새로 쟁취해야 한다. Z가 여전히 유효한 이유다. 영화는 묻는다. 당신은 목격자인가, 방관자인가. 그리고 우리는 답해야 한다.

람브라키스의 무덤에는 'Z'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군부독재 시절 이 글자를 쓰는 것만으로도 체포될 수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벽에, 보도블록에, 손바닥에 Z를 그렸다. 저항의 상징이 된 한 글자. 가브라스의 영화는 이 저항을 전 세계에 알렸고,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과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예술이 정치와 만날 때, 진실이 거짓과 싸울 때, 기억이 망각에 맞설 때 무엇이 일어나는가. 영화 Z는 그 답을 보여준다. 폭력은 육체를 죽일 수 있지만, 정신은 죽일 수 없다. 그래서 묻는다. 오늘, 당신에게 Z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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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브라키스 암살 사건 발생
Encyclopaedia Britannica, 'Grigoris Lambrakis'

Z (1969),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 이브 몽탕이 연기한 정치가의 암살과 이를 은폐하려는 군부의 음모를 추적하는 장면. ⓒ Reggane Films

한 정치인의 암살이 국가적 독재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며, 민주주의는 한 번의 승리가 아닌 끊임없는 지킴의 대상임을 강조한다.

55년 전 영화가 오늘날의 가짜뉴스, 여론 조작, 알고리즘 검열 등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암살'을 설명하는 틀을 제공한다.

영화가 검열과 억압 속에서도 진실을 전 세계에 알리며, 한 글자 'Z'가 저항의 상징이 돼 체제를 견제하는 문화의 힘을 보여준다.

람브라키스 사건과 영화 Z는 권력이 진실을 조작하는 메커니즘을 똑같이 보여준다. 먼저 폭력이 있고, 은폐가 뒤따르며, 침묵이 강요된다. 하지만 진실은 균열을 통해 새어 나온다. 양심적인 판사, 용기 있는 기자, 두려움을 이긴 증인들이 등장한다. 영화는 실제 사건처럼 작은 승리로 끝난다. 진범들이 체포되고 배후가 드러난다. 그러나 이것은 잠깐의 빛일 뿐이다. 현실에서 군부는 쿠데타로 모든 것을 뒤집었고, 영화 속에서도 군부가 등장하며 불길한 미래를 예고한다. 가브라스는 한 정치인의 죽음이 어떻게 한 나라의 죽음으로 이어지는지를 정확히 포착했다.

람브라키스 암살로부터 61년, 영화 Z로부터 55년이 지났지만, 권력의 폭력과 은폐의 메커니즘은 여전히 작동한다. 형태만 바뀌었을 뿐이다. 물리적 암살은 줄었지만, 사회적 암살은 늘었다. 가짜뉴스로 인격을 살해하고, 여론 조작으로 진실을 묻으며, 알고리즘으로 침묵을 강요한다. 그리스 군부독재는 7년 만에 무너졌지만, 그 상처는 오래 남았다. 민주주의는 한 번의 승리로 완성되지 않는다. 끊임없이 지켜야 하고, 매일 새로 쟁취해야 한다. Z가 여전히 유효한 이유다. 영화는 묻는다. 당신은 목격자인가, 방관자인가. 그리고 우리는 답해야 한다.

람브라키스의 무덤에는 'Z'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군부독재 시절 이 글자를 쓰는 것만으로도 체포될 수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벽에, 보도블록에, 손바닥에 Z를 그렸다. 저항의 상징이 된 한 글자. 가브라스의 영화는 이 저항을 전 세계에 알렸고,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과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예술이 정치와 만날 때, 진실이 거짓과 싸울 때, 기억이 망각에 맞설 때 무엇이 일어나는가. 영화 Z는 그 답을 보여준다. 폭력은 육체를 죽일 수 있지만, 정신은 죽일 수 없다. 그래서 묻는다. 오늘, 당신에게 Z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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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Z' 개봉
1970년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제42회 아카데미상 공식 수상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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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군부독재 지속 기간
Encyclopaedia Britannica, 'Colonels' coup of 1967' / Greek military junta (1967-1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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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브라키스 암살로부터의 경과
1974년 그리스 의회(Βουλή των Ελλήνων) 과도정부 수립 공식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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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적 권력 메커니즘
3
예술의 저항적 역할
공식 예고편

Z (1969) —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