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25일, 미얀마 라카인주에서 로힝야 무장단체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이 경찰 초소 30여 곳을 공격했다. 미얀마 군부는 이를 빌미로 대대적인 보복 작전을 개시했다. 군인들은 로힝야 마을을 불태우고, 남성들을 집단 학살하고, 여성들을 성폭행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 자이드 라드 알 후세인은 이를 "민족청소의 교과서적 사례"라고 규정했다. 불과 몇 주 만에 70만 명이 넘는 로힝야인들이 방글라데시로 피난길에 올랐다. 나프강을 건너는 피난민 행렬은 끝이 보이지 않았고, 콕스바자르 난민캠프는 순식간에 세계 최대 규모의 난민촌이 됐다.

미얀마 로힝야족 학살, 2017년 8월. 미얀마 군부가 라카인주에서 로힝야 무슬림을 대상으로 자행한 방화·학살로 70만 명이 방글라데시로 탈출했다. ⓒ UNHCR
이 학살은 하루아침에 일어난 사건이 아니었다. 1982년 시민권법 제정 이후 로힝야인들은 무국적자로 전락했다. 불교 국가인 미얀마에서 무슬림인 로힝야는 '벵갈리 불법 이민자'로 낙인찍혔다. 2012년과 2016년에도 대규모 폭력 사태가 발생했지만, 국제사회는 미얀마의 민주화 진전에 취해 있었다. 아웅산 수치는 노벨평화상 수상자였지만, 로힝야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군부는 페이스북을 통해 혐오 발언을 조직적으로 확산시켰고, 불교 극단주의자들은 로힝야를 '국가 안보의 위협'으로 규정했다. 민주화의 아이콘이었던 미얀마는 21세기 최악의 인종청소 가해국이 됐다.
2018년 공개된 다큐멘터리 The Rohingya Exodus는 여러 감독이 참여한 옴니버스 형식의 작품이다. 카메라는 콕스바자르 난민캠프의 일상을 담담하게 기록한다. 한 소녀는 군인들이 아버지를 끌고 간 날을 증언하고, 노인은 불타는 마을에서 간신히 탈출한 경험을 회고한다. 영화는 선정적인 장면을 배제하고, 생존자들의 목소리에 집중한다. 빗물이 새는 천막, 구호품을 기다리는 긴 줄, 아이들의 빈 눈동자가 화면을 채운다. 감독들은 로힝야인들을 피해자가 아닌 생존자로, 통계가 아닌 개인으로 그려낸다. 특히 한 여성이 "우리도 인간입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은 관객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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