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11월 22일 오후 12시 30분, 텍사스 주 댈러스의 딜리 플라자. 존 F. 케네디 대통령을 태운 링컨 컨티넨털이 느린 속도로 좌회전하던 그 순간, 세 발의 총성이 울렸다. 첫 번째 총알은 빗나갔고, 두 번째는 대통령의 목을 관통했으며, 세 번째는 그의 머리를 산산조각 냈다. 재클린 케네디가 피로 물든 분홍색 샤넬 수트를 입은 채 남편의 머리를 끌어안았던 그 장면은 20세기 미국사의 가장 충격적인 순간으로 기록되었다. 워런 위원회는 리 하비 오스왈드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지었지만, 그날 이후 미국인들의 절반 이상은 공식 발표를 믿지 않았다.
JFK 암살 음모론. 관련 역사 사진. ⓒ Public Domain
케네디 암살은 단순한 정치적 살인을 넘어 미국의 순수성이 상실된 분기점이었다. 냉전의 절정기, 쿠바 미사일 위기를 극적으로 해결하고 베트남전 철수를 고민하던 젊은 대통령의 죽음은 너무나 극적이어서 오히려 비현실적이었다. CIA, FBI, 마피아, 쿠바 망명자들, 군산복합체 등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케네디를 제거할 동기를 가지고 있었다. 오스왈드가 잭 루비에게 살해되면서 진실은 더욱 미궁에 빠졌고, 음모론은 미국 사회의 집단 무의식 속에 뿌리내렸다. 정부에 대한 불신은 이후 워터게이트, 이란-콘트라 사건을 거치며 미국 정치문화의 고질적 특징이 되었다.
올리버 스톤 감독의 JFK는 뉴올리언스 지방검사 짐 개리슨의 시각으로 케네디 암살의 미스터리를 파헤친다. 케빈 코스트너가 열연한 개리슨은 클레이 쇼라는 사업가를 음모의 핵심 인물로 지목하고, 3년에 걸친 집요한 수사 끝에 그를 법정에 세운다. 영화는 다큐멘터리 푸티지와 재연 장면을 교묘하게 섞어 마치 관객이 역사의 현장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도널드 서덜랜드가 연기한 'X'라는 정보원이 펜타곤의 음모를 폭로하는 장면은 영화사에 남을 명장면으로, "왜 케네디가 죽어야 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가장 설득력 있는 답변을 제시한다.
JFK (1991), 올리버 스톤 감독. ⓒ Production Company
흥미롭게도 JFK는 역사적 진실을 추구하면서도 그 자체로 새로운 신화를 창조한다. 영화는 수많은 사실과 추측, 상상을 뒤섞어 하나의 거대한 내러티브를 구축하는데, 이는 음모론 자체의 작동 방식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개리슨이 법정에서 자프루더 필름을 반복 재생하며 "백 앤드 투 더 레프트"를 외치는 장면은 진실을 향한 집착이 어떻게 또 다른 환상을 낳는지 보여준다. 영화는 3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관객을 음모의 미로 속으로 끌어들이며, 보는 이로 하여금 스스로 탐정이 되어 퍼즐을 맞추도록 유도한다.
케네디 암살과 JFK가 우리에게 남긴 유산은 진실에 대한 끝없는 의구심이다. 2017년 라스베이거스 총기 난사, 2020년 코로나19의 기원, 그리고 최근의 각종 정치적 사건들마다 음모론이 난무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소셜 미디어 시대에 정보는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역설적으로 우리는 무엇이 진실인지 더욱 확신하지 못한다. 딥페이크와 AI가 만들어내는 가짜 영상들은 자프루더 필름보다 훨씬 정교하게 현실을 조작할 수 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모호해진 시대, 우리는 여전히 1963년 11월 22일의 충격 속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올리버 스톤은 JFK에서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 시민의 의무"라고 역설했다. 하지만 영화가 개봉한 지 30년이 넘은 지금, 우리는 여전히 묻고 있다. 과연 진실이란 무엇인가? 역사는 승자의 기록인가, 아니면 수많은 패자들의 속삭임인가? 케네디의 죽음이 미국을 바꾸었듯이, 그 죽음에 대한 끝없는 의문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었다. 어쩌면 음모론의 진정한 위험은 그것이 거짓이어서가 아니라, 그것이 진실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 때문인지도 모른다. 당신은 무엇을 믿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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