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7년 11월 3일,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 소련의 스푸트니크 2호가 굉음을 내며 지구를 떠났다. 그 안에는 모스크바 거리에서 주워온 떠돌이 개 라이카가 타고 있었다. 니키타 흐루쇼프는 10월 혁명 40주년을 기념해 생명체를 우주로 보내라고 명령했고, 과학자들은 단 4주 만에 우주선을 개조했다. 라이카는 지구 궤도를 도는 최초의 생명체가 됐지만, 애초부터 돌아올 계획은 없었다. 발사 후 5~7시간 만에 과열과 스트레스로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라이카의 운명은 2002년이 돼서야 공개됐다.
우주개 라이카, 1957년 11월 3일. 소련이 스푸트니크 2호에 태워 최초로 궤도에 올린 개 라이카. 귀환 계획 없이 발사돼 수 시간 만에 사망했다. ⓒ РИА Новости
냉전의 한복판에서 라이카의 희생은 정치적 프로파간다였다. 소련은 미국보다 앞서 생명체를 우주로 보냈다는 성과를 자랑했지만, 그 이면에는 한 생명의 계획된 죽음이 있었다. 세르게이 코롤료프가 이끄는 우주개발팀은 기술적 한계를 알면서도 정치적 압력에 굴복했다. 당시 서방 언론은 동물 학대를 비난했지만, 소련은 '과학 발전을 위한 숭고한 희생'이라고 포장했다. 라이카는 우주 경쟁이라는 거대한 체제 대결의 작은 톱니바퀴였고, 그녀의 죽음은 인간의 야망이 생명을 어떻게 도구화하는지 보여주는 상징이 됐다.
체코 출신 감독 아비드 리온고렌의 Laika는 2023년 개봉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다. 영화는 라이카의 시점에서 우주 여행을 재구성한다. 거리의 떠돌이 개가 우주비행사가 되는 과정, 훈련 중 만난 과학자들과의 교감, 그리고 마지막 비행까지를 시적으로 그려낸다. 감독은 라이카에게 내면의 목소리를 부여해, 그녀가 느꼈을 공포와 외로움, 그리고 지구를 향한 그리움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특히 우주선 창밖으로 푸른 지구를 바라보는 라이카의 눈동자는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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