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26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은 역사적인 칙령에 서명했다. 2018년 6월 24일부터 여성들의 자동차 운전을 허용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날 리야드의 거리는 축제 분위기로 들썩였고, 수십 년간 운전대를 잡을 권리를 요구해온 활동가들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1990년 11월 6일, 47명의 여성이 리야드에서 불법 운전 시위를 벌인 지 27년 만의 일이었다. 마날 알샤리프, 루자인 알하스룰 같은 활동가들이 투옥과 탄압을 감수하며 이끌어낸 변화였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여성 운전을 금지했던 나라가 마침내 그 벽을 허물었다.
사우디 여성 운전권 운동, 2011–2018년. 여성의 운전을 금지한 세계 유일의 국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여성들이 운전대를 잡고 시위한 모습. ⓒ Reuters
사우디의 여성 운전 금지는 단순한 교통법규가 아니었다. 와하비즘이라는 극단적 이슬람 해석과 부족사회의 가부장제가 결합된 통제 시스템이었다. 여성은 남성 보호자의 허락 없이는 여행도, 의료 서비스도, 은행 계좌 개설도 불가능했다. 운전 금지는 이런 '남성 후견인 제도'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석유 의존 경제의 한계가 드러나고, 젊은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이 '비전 2030'이라는 개혁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없이는 국가 발전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했다. 그러나 이 변화는 위로부터의 시혜가 아닌, 수십 년간 이어진 여성들의 저항과 희생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2012년 베니스영화제에서 상영된 Wadjda는 사우디아라비아 최초의 장편영화이자, 여성 감독이 만든 첫 작품이다. 하이파 알만수르 감독은 10살 소녀 와즈다의 이야기를 통해 사우디 여성의 현실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초록색 자전거를 갖고 싶어하는 와즈다는 코란 암송 대회에 참가해 상금을 타려 한다. 하지만 여자아이가 자전거를 타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는 사회적 금기에 부딪힌다. 와드 모하메드가 연기한 와즈다는 당돌하고 영리한 소녀로, 척 컨버스 운동화를 신고 록 음악을 들으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저항한다. 영화는 조용하지만 날카롭게, 일상 속에 스며든 성차별의 부조리를 드러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