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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째주 · 2024
[11월 1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이동의 자유, 곧 인간의 기본권에 대한 갈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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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이동의 자유, 곧 인간의 기본권에 대한 갈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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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26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은 역사적인 칙령에 서명했다. 2018년 6월 24일부터 여성들의 자동차 운전을 허용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날 리야드의 거리는 축제 분위기로 들썩였고, 수십 년간 운전대를 잡을 권리를 요구해온 활동가들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1990년 11월 6일, 47명의 여성이 리야드에서 불법 운전 시위를 벌인 지 27년 만의 일이었다. 마날 알샤리프, 루자인 알하스룰 같은 활동가들이 투옥과 탄압을 감수하며 이끌어낸 변화였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여성 운전을 금지했던 나라가 마침내 그 벽을 허물었다.

역사 사건

사우디 여성 운전권. 관련 역사 사진. ⓒ Public Domain

사우디의 여성 운전 금지는 단순한 교통법규가 아니었다. 와하비즘이라는 극단적 이슬람 해석과 부족사회의 가부장제가 결합된 통제 시스템이었다. 여성은 남성 보호자의 허락 없이는 여행도, 의료 서비스도, 은행 계좌 개설도 불가능했다. 운전 금지는 이런 '남성 후견인 제도'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석유 의존 경제의 한계가 드러나고, 젊은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이 '비전 2030'이라는 개혁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없이는 국가 발전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했다. 그러나 이 변화는 위로부터의 시혜가 아닌, 수십 년간 이어진 여성들의 저항과 희생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2012년 베니스영화제에서 상영된 Wadjda는 사우디아라비아 최초의 장편영화이자, 여성 감독이 만든 첫 작품이다. 하이파 알만수르 감독은 10살 소녀 와즈다의 이야기를 통해 사우디 여성의 현실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초록색 자전거를 갖고 싶어하는 와즈다는 코란 암송 대회에 참가해 상금을 타려 한다. 하지만 여자아이가 자전거를 타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는 사회적 금기에 부딪힌다. 와드 모하메드가 연기한 와즈다는 당돌하고 영리한 소녀로, 척 컨버스 운동화를 신고 록 음악을 들으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저항한다. 영화는 조용하지만 날카롭게, 일상 속에 스며든 성차별의 부조리를 드러낸다.

영화 스틸

Wadjda (2012), 하이파 알만수르 감독. ⓒ Production Company

와즈다가 자전거를 타고 싶어하는 욕망과 사우디 여성들이 운전대를 잡고 싶어하는 열망은 본질적으로 같다. 이동의 자유, 곧 인간의 기본권에 대한 갈망이다. 영화 속에서 와즈다의 어머니는 매일 먼 거리를 통근하지만, 운전을 할 수 없어 믿을 수 없는 남성 운전사에게 의존해야 한다. 학교 교장은 여학생들에게 '정숙함'을 강요하며 그들의 꿈을 가두려 한다. 하지만 와즈다는 포기하지 않는다. 그녀가 마침내 자전거를 타며 질주하는 장면은, 2018년 6월 24일 자정 사우디 여성들이 처음으로 합법적으로 운전대를 잡던 순간과 겹쳐진다. 두 바퀴든 네 바퀴든, 스스로 방향을 정하고 속도를 조절하며 나아간다는 것의 의미는 같다.

2024년 오늘, 사우디 여성들은 일상적으로 운전을 한다. 하지만 여전히 남성 후견인 제도의 잔재는 남아있고, 여성 인권 활동가들에 대한 탄압도 계속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이란의 히잡 시위, 아프가니스탄의 여성 교육권 박탈 등 여성의 기본권을 둘러싼 투쟁은 현재진행형이다. Wadjda가 보여준 작은 소녀의 저항은 단순한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다. 터키, 폴란드, 미국 등에서도 여성의 몸과 삶에 대한 자기결정권이 위협받고 있다. 자전거를 타고 싶어하는 소녀의 소망이 혁명적 행위가 되는 사회는 여전히 존재한다.

와즈다가 자전거를 타며 보여준 미소는 단순한 승리의 기쁨이 아니었다. 그것은 불가능해 보이는 벽도 결국은 무너뜨릴 수 있다는 희망의 증거였다. 사우디 여성들이 운전면허증을 손에 쥐던 날, 그들은 단순히 이동 수단을 얻은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스스로 조종할 권리를 되찾았다. 하지만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21세기에도 여전히 누군가는 기본적인 권리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한다. 와즈다의 초록색 자전거가 상징하는 자유를, 우리는 얼마나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가고 있는가?

공식 예고편

Wadjda (2012) — 하이파 알만수르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