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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째주 · 2024
[11월 1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감비아 독재자 야매, 킴 바틀리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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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감비아 독재자 야매, 킴 바틀리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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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7월 22일 새벽, 서아프리카 감비아의 수도 반줄에서 29세의 젊은 장교 야히야 자메가 무혈 쿠데타를 일으켰다. 다우다 자와라 대통령이 외국 순방 중이던 틈을 타 단 네 명의 장교와 함께 정부청사를 장악한 그는 라디오 방송을 통해 "부패한 정권을 종식시키고 진정한 민주주의를 회복하겠다"고 선언했다. 쿠데타 당시 중위에 불과했던 자메는 훗날 스스로를 '각하'로 칭하며 에이즈를 바나나로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등 기행을 일삼았고, 22년간 감비아를 철권통치하며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독재자로 군림했다. 2017년 선거 패배 후에도 권력을 내놓지 않으려다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의 군사 개입 위협을 받고서야 망명길에 올랐다.

역사 사건

감비아 독재자 야매. 관련 역사 사진. ⓒ Public Domain

자메의 집권 과정은 많은 군사 쿠데타가 그러하듯 '혁명'의 이름으로 시작되었다. 그는 자신을 '군사임시통치위원회' 의장으로 칭하며 기존 정치인들의 부패를 청산하겠다고 약속했고, 실제로 초기에는 공무원 급여 인상과 인프라 개발 등으로 대중의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권력의 단맛에 취한 그는 점차 언론을 통제하고, 반대파를 탄압하며, 헌법을 자의적으로 개정해 장기 집권의 토대를 마련했다. 특히 2000년대 들어서는 마녀사냥, 동성애자 처형 위협, 국제기구 탈퇴 선언 등 국제사회의 조롱거리가 되는 행보를 이어갔다. 이는 혁명의 대의가 어떻게 개인의 권력욕으로 변질되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였다.

2003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The Revolution Will Not Be Televised는 2002년 베네수엘라에서 일어난 우고 차베스 대통령에 대한 쿠데타 시도를 생생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아일랜드 출신 감독 킴 바틀리와 도널 오브리아인은 원래 차베스의 일상을 담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던 중 우연히 쿠데타 현장에 있게 되었고, 카메라를 멈추지 않았다. 영화는 차베스가 군부와 재계의 압력으로 축출되었다가 47시간 만에 민중의 힘으로 복귀하는 과정을 내부자의 시선으로 포착한다. 특히 주류 언론이 어떻게 사실을 왜곡하고 쿠데타 세력에 협력했는지를 폭로하며, 미디어와 권력의 공모관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영화 스틸

The Revolution Will Not Be Televised (2003), 킴 바틀리 감독. ⓒ Production Company

자메의 감비아와 차베스의 베네수엘라는 놀랍도록 대조적이면서도 유사한 구조를 보여준다. 두 지도자 모두 쿠데타로 권력을 잡았고, '혁명'의 언어를 사용했으며, 서구 제국주의에 맞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자메가 혁명의 이상을 배반하고 개인독재로 전락한 반면, 차베스는 적어도 형식적으로나마 민주적 정당성을 유지하려 했다. 다큐멘터리가 보여주듯, 2002년 쿠데타에 맞서 차베스를 지지한 것은 바로 빈민가의 민중들이었다. 이는 권력의 정당성이 궁극적으로 어디에서 나오는지, 그리고 '혁명'이라는 수사가 언제 공허한 구호로 전락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21세기에도 여전히 쿠데타와 독재, 그리고 '혁명'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권력 찬탈은 계속되고 있다. 2021년 미얀마, 2023년 니제르, 가봉 등에서 연이어 군사 쿠데타가 발생했고, 각각의 쿠데타 주도 세력은 부패 청산과 진정한 민주주의 회복을 외쳤다. 하지만 역사는 이러한 약속이 얼마나 쉽게 배반당하는지를 반복적으로 증명해왔다. 특히 소셜 미디어 시대에 권력자들은 더욱 정교한 방식으로 여론을 조작하고, 가짜뉴스를 유포하며, 민주주의의 외피를 쓴 채 독재를 정당화한다. The Revolution Will Not Be Televised가 20년 전에 경고한 미디어의 타락은 오늘날 더욱 심화되고 있다.

감비아의 자메는 22년 독재 끝에 결국 쫓겨났지만, 그가 남긴 상처는 여전히 감비아 사회를 짓누르고 있다. 진실화해위원회가 밝혀낸 그의 인권유린 행위들은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울 정도다. 혁명을 외치며 등장한 젊은 장교가 어떻게 괴물이 되었을까. 권력은 정말로 필연적으로 부패하는가. 아니면 우리가 권력의 부패를 막을 제도적 장치를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인가. 차베스의 베네수엘라가 오늘날 경제파탄과 독재의 길로 빠져든 것을 보며, 우리는 또 다른 질문을 던져야 한다. 민중의 이름으로 행사되는 권력은 과연 정당한가. 그리고 진정한 혁명이란 무엇인가.

공식 예고편

The Revolution Will Not Be Televised (2003) — 킴 바틀리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