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21일, 예멘의 수도 사나에서 후티 반군이 정부청사를 점령했다. 시아파 무장조직 후티는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정부의 실정과 부패를 규탄하며 봉기했고, 이는 곧 내전의 서막이 되었다. 2015년 3월 26일,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아랍 연합군이 개입하면서 예멘은 국제 대리전의 전장으로 변모했다. 유엔은 이미 2018년부터 예멘을 '세계 최악의 인도주의 위기'로 규정했다. 40만 명이 넘는 사망자 중 절반 이상이 5세 미만 어린이였고, 2,400만 명이 인도적 지원에 의존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예멘 내전. 관련 역사 사진. ⓒ Public Domain
예멘 내전의 본질은 단순한 종파 갈등을 넘어선다. 이란이 지원하는 시아파 후티와 사우디가 지원하는 수니파 정부군의 대립은 중동 패권을 둘러싼 지정학적 각축전이다. 미국과 영국은 사우디에 무기를 판매하며 간접적으로 전쟁에 가담했고, 이란은 후티에게 드론과 미사일 기술을 제공했다. 그러나 이 거대한 지정학적 게임의 희생자는 언제나 민간인이었다. 봉쇄된 항구, 파괴된 병원, 오염된 수원지. 예멘은 콜레라가 창궐하고 기아가 일상이 된 지옥도로 변했다. 국제사회의 중재 노력은 번번이 무위로 돌아갔고, 전쟁은 끝없이 이어졌다.
스카이 피츠제럴드 감독의 다큐멘터리 Hunger Ward는 예멘 내전의 참상을 가장 연약한 존재들의 시선으로 포착한다. 2020년에 공개된 이 작품은 사다와 아이다라는 두 명의 예멘 여성 의사가 영양실조로 죽어가는 아이들을 돌보는 과정을 따라간다. 카메라는 뼈만 남은 아이들의 몸, 절망에 빠진 어머니들의 눈물, 그리고 의료 물자 부족으로 무력감에 빠진 의사들의 고통을 가감 없이 담아낸다. 85분의 상영시간 동안 관객은 전쟁이 만들어낸 기아의 실체와 직면한다. 피츠제럴드는 정치적 선전이나 감정적 호소를 배제하고, 오직 현실의 무게만으로 승부한다.
Hunger Ward (2020), 스카이 피츠제럴드 감독. ⓒ Production Company
예멘 내전과 Hunger Ward는 전쟁의 가장 잔혹한 진실을 공유한다. 그것은 총성이 멎은 곳에서도 죽음이 계속된다는 사실이다. 폭격은 건물을 파괴하지만, 봉쇄와 기아는 한 세대 전체를 서서히 말살한다. 영화 속 아이들의 메마른 몸은 단순한 영양실조가 아니라 국제사회의 무관심과 강대국의 이기심이 만들어낸 구조적 폭력의 결과다. 다큐멘터리가 포착한 병원의 일상은 예멘 전체의 축소판이다. 생명을 구하려는 의사들의 분투는 평화를 갈구하는 예멘 민중의 몸부림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카메라 밖 세계는 여전히 무기를 팔고, 대리전을 지속한다.
2024년 현재도 예멘의 비극은 진행형이다. 가자 전쟁이 국제사회의 관심을 독점하는 동안, 예멘은 다시 잊혀진 전쟁이 되었다. 그러나 Hunger Ward가 보여준 진실은 여전히 유효하다. 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언제나 가장 약한 자들이며, 기아는 폭탄보다 더 많은 생명을 앗아간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곡물 가격이 폭등하면서 예멘의 식량 위기는 더욱 심화되었다. 국제사회가 새로운 분쟁에 집중하는 사이, 예멘 어린이들은 여전히 영양실조로 죽어가고 있다. 망각은 또 다른 형태의 폭력이 된다.
전쟁을 기록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Hunger Ward는 정치적 분석이나 군사적 해법을 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죽어가는 아이들의 얼굴을 응시할 뿐이다. 그 응시 속에서 우리는 인간성의 바닥을 목격하고, 동시에 절망 속에서도 생명을 지키려는 의사들의 숭고함을 발견한다. 예멘 내전은 21세기 국제정치의 실패를 상징하는 사건이다. 그리고 이 실패의 대가는 가장 무고한 이들이 치르고 있다. 우리는 과연 이 비극적 순환을 끊을 수 있을까. 아니면 계속해서 새로운 전쟁, 새로운 기아, 새로운 Hunger Ward를 목격해야만 할까.

![[11월 4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그것은 총성이 멎은 곳에서도 죽음이 계속된다는 사실이다](https://pltpjrfdfxxbnivrtoew.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films/hunger_ward_backdrop.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