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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4째주 · 2024
[11월 4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그러나 진정한 변화는 권력 구조 자체의 해체를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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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4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그러나 진정한 변화는 권력 구조 자체의 해체를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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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11일, 수단의 수도 하르툼에서 오마르 알바시르 대통령이 30년 독재의 막을 내렸다. 국방부 청사 앞에 모인 수십만 시민들의 함성 속에서 아흐메드 아와드 이븐 아우프 국방장관이 쿠데타를 선언했다. 빵값 인상으로 시작된 시위는 넉 달 만에 독재 정권을 무너뜨렸고, 군부는 과도군사위원회를 구성해 권력을 장악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광장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이 원한 것은 단순한 정권 교체가 아닌 진정한 민주주의였다. 하르툼의 봄은 그렇게 시작되었고, 군부와 시민 사이의 긴장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역사 사건

수단 군부 쿠데타 2019. 관련 역사 사진. ⓒ Public Domain

수단의 2019년은 아랍의 봄 이후 가장 극적인 정치 변동의 해였다. 알바시르의 30년 통치는 다르푸르 학살, 경제 파탄, 국제적 고립을 남겼다. 시위대는 수단직업인협회를 중심으로 조직되었고, 여성들이 혁명의 선봉에 섰다. 흰 토브를 입고 시를 낭송하던 알라 살라의 모습은 혁명의 상징이 되었다. 그러나 군부는 권력 이양을 거부했고, 2019년 6월 3일 하르툼 대학살로 100명 이상이 희생되었다. 결국 군부와 시민 대표는 3년간의 과도정부 구성에 합의했지만, 2021년 10월 압델 파타 알부르한 장군의 재쿠데타로 민주화의 꿈은 다시 좌절되었다.

모하메드 코르도파니 감독의 Goodbye Julia는 2005년 남북 수단 평화협정 직후 하르툼을 배경으로 한다. 북부 출신 중산층 여성 모나가 실수로 남부 출신 청년을 죽음에 이르게 하고, 죄책감에 그의 아내 줄리아를 가정부로 고용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에이만 유세프와 이남 아거가 연기하는 두 여성의 관계는 수단 사회의 깊은 균열을 섬세하게 드러낸다. 코르도파니는 개인적 죄의식과 사회적 편견, 용서와 화해의 가능성을 교차시키며 수단 최초의 칸 영화제 진출작을 만들어냈다. 영화는 2011년 남수단 독립 국민투표로 마무리되며, 이별이 때로는 공존을 위한 유일한 선택일 수 있음을 조용히 제시한다.

영화 스틸

Goodbye Julia (2023), 모하메드 코르도파니 감독. ⓒ Production Company

2019년 혁명과 Goodbye Julia는 수단이라는 국가의 본질적 딜레마를 공유한다. 혁명은 독재자를 제거했지만 군부라는 새로운 지배 구조를 낳았고, 영화 속 모나의 선의는 오히려 줄리아에게 새로운 종속을 강요한다. 두 사건 모두 권력의 비대칭성과 그것을 극복하려는 시도의 한계를 보여준다. 혁명 광장의 연대가 군부의 폭력 앞에 무너졌듯, 모나와 줄리아의 우정도 역사적 상처와 구조적 불평등을 넘어서지 못한다. 코르도파니가 포착한 2005년의 분리 예감은 2019년 혁명의 좌절을 예고하는 듯하다. 수단의 비극은 단순히 독재와 민주의 대립이 아닌, 더 깊은 사회적 균열에서 비롯된다.

2024년 현재 수단은 내전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다. 2023년 4월 시작된 군부와 준군사조직 간의 충돌로 수만 명이 희생되었고, 800만 명이 난민이 되었다. 2019년 혁명의 희망은 완전히 사라진 듯 보인다. 그러나 Goodbye Julia가 상기시키듯, 수단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식민 유산, 종교와 인종의 분열, 자원을 둘러싼 갈등이 중첩된 결과다. 영화가 개봉한 2023년은 공교롭게도 새로운 내전이 시작된 해였다. 코르도파니의 카메라가 포착한 일상의 폭력과 침묵의 무게는 현재 수단의 참상을 더욱 아프게 환기시킨다. 예술이 현실을 예언하는 것일까, 아니면 현실이 예술을 반복하는 것일까.

수단의 2019년 혁명은 실패했을까? Goodbye Julia의 모나처럼 우리는 종종 선의로 포장된 권력 관계에 안주한다. 혁명 광장의 시민들은 군부의 약속을 믿었고, 모나는 죄책감을 자선으로 해결하려 했다. 그러나 진정한 변화는 권력 구조 자체의 해체를 요구한다. 코르도파니가 그려낸 두 여성의 이별은 때로 분리가 정직한 선택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2019년 혁명이 남긴 교훈도 비슷하다. 타협 없는 군부, 화해 불가능한 역사적 상처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수단의 비극은 계속되고 있지만, 하르툼 광장에서 울려 퍼진 자유의 함성은 여전히 메아리친다. 그 메아리가 언젠가 새로운 화음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공식 예고편

Goodbye Julia (2023) — 모하메드 코르도파니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