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6년 8월 3일, 베를린 올림픽 스타디움. 10만 관중의 시선이 한 흑인 청년에게 쏠렸다.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의 제시 오언스가 100미터 결승선을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히틀러가 아리아 인종의 우월성을 과시하려던 무대에서, 알라바마 소작농의 아들이 10초 3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는 단순한 스포츠 승리가 아니었다. 나치 독일의 인종 이데올로기의 가장 극적인 반박이었다. 오언스는 이 대회에서 100미터, 200미터, 멀리뛰기, 400미터 계주까지 4개의 금메달을 휩쓸며 올림픽 역사상 가장 위대한 순간 중 하나를 만들어냈다.
제시 오언스의 1936년 베를린 올림픽, 1936년 8월. 나치 정권의 아리안 우월주의에 맞서 금메달 4개를 획득한 흑인 육상선수 제시 오언스. ⓒ AP통신
1930년대 유럽은 파시즘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었다. 히틀러는 1936년 올림픽을 독일 제3제국의 선전 무대로 활용하려 했다. 거대한 스타디움, 완벽한 조직력, 그리고 아리아인의 신체적 우월성을 증명하려는 야심. 하지만 오언스의 등장은 이 모든 계획을 무너뜨렸다. 미국 내에서도 흑인 차별이 극심했던 시대, 오언스는 양국의 인종주의를 동시에 마주해야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베를린에서 미국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았다고 회고했다. 독일 관중들은 그의 경기력에 열광했고, 심지어 독일 선수 루츠 롱은 멀리뛰기 결선에서 오언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스포츠가 정치를 초월하는 순간이었다.
2016년 스티븐 홉킨스 감독은 Race에서 이 역사적 순간을 스크린에 되살렸다. 스테판 제임스가 연기한 오언스는 단순한 운동선수가 아닌 시대의 무게를 짊어진 청년으로 그려진다. 영화는 오하이오 주립대에서의 훈련 과정부터 베를린까지의 여정을 세밀하게 추적한다. 특히 코치 래리 스나이더(제이슨 서다이키스)와의 관계는 단순한 사제관계를 넘어 인종의 벽을 넘는 우정으로 발전한다. 감독은 올림픽 경기 장면을 다큐멘터리처럼 생생하게 재현하면서도, 오언스가 겪어야 했던 내적 갈등을 놓치지 않는다. 미국 흑인 사회로부터는 나치 올림픽 참가를 보이콧하라는 압박을, 백인 사회로부터는 미국을 대표할 자격이 있느냐는 의구심을 동시에 받았던 그의 고뇌가 섬세하게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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