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12월 11일,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체첸 공화국의 군사 작전을 명령했다. 소련 붕괴 후 독립을 선언한 체첸의 조하르 두다예프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한 이 결정은, 향후 수년간 러시아와 체첸 양측에 깊은 상처를 남길 전쟁의 시작이었다. 그로즈니의 대통령궁에 첫 폭탄이 떨어지던 날, 아무도 이 전쟁이 21세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특히 1999년 시작된 제2차 체첸 전쟁은 블라디미르 푸틴의 권력 상승과 맞물려 더욱 잔혹한 양상을 띠었고, 2009년 공식 종료가 선언될 때까지 수만 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
제1차 체첸 전쟁, 1994–1996년. 러시아군의 체첸 공화국 침공으로 수도 그로즈니가 폐허가 된 모습. ⓒ AP통신
체첸 전쟁은 단순한 분리주를 둘러싼 갈등을 넘어 러시아 연방의 정체성, 이슬람과 정교회의 충돌, 그리고 포스트소비에트 공간의 재편이라는 복잡한 층위를 지닌 사건이었다. 특히 언론 통제와 프로파간다를 통해 전쟁을 정당화하려던 크렘린의 시도는, 안나 폴리트코프스카야 같은 언론인들의 저항에 부딪혔다. 그녀가 2006년 암살당할 때까지 보도한 체첸의 참상은 전쟁이 일상을 파괴하는 방식, 특히 가장 취약한 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생히 드러냈다. 정신병원, 고아원, 요양원 같은 시설에 수용된 사람들은 폭격과 약탈 속에서 그 누구의 보호도 받지 못한 채 방치됐다.
안드레이 콘찰로프스키 감독의 House of Fools는 바로 이러한 전쟁의 한복판에 놓인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한다. 체첸 국경 근처 정신병원에서 의료진이 모두 떠난 후, 환자들만 남겨진 상황을 그린 이 영화는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 주인공 얀나는 팝스타 브라이언 아담스와 결혼할 것이라 믿는 젊은 여성으로, 줄리아 비소츠카야의 섬세한 연기로 생명력을 얻었다. 전쟁의 광기와 정신병원이라는 공간의 아이러니를 교차시키며, 영화는 누가 진짜 미친 것인지의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11월 5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체첸 전쟁, 안드레이 콘찰로프스키의 시선](/api/image?url=https%3A%2F%2Fcdn.asia24.co.kr%2Fimages%2Ftmdb%2F798554e82bf9e311e0b6719aaa7d726a.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