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10월 19일, '검은 월요일'로 불리는 이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하루 만에 22.6% 폭락했다. 508포인트가 증발한 이 사건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주식시장 붕괴였다. 월스트리트의 거물들은 패닉에 빠졌고, 개인투자자들은 평생 모은 재산을 잃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대참사는 새로운 탐욕의 시대를 열었다. 규제가 완화되고 금융공학이 발달하면서 월스트리트는 더욱 정교한 사기의 온상이 됐다. 1990년대 들어 조던 벨포트 같은 인물들이 등장했다. 그는 스트래튼 오크몬트라는 투자회사를 설립하고 '펌프 앤 덤프' 방식으로 투자자들을 속여 수억 달러를 갈취했다.
조던 벨포트와 월스트리트 사기, 1990년대. 증권사기로 2,200만 달러를 횡령한 조던 벨포트가 체포되는 순간. ⓒ FBI
월스트리트의 탐욕은 단순한 개인의 도덕적 일탈이 아니었다. 레이건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은 '탐욕은 선이다'라는 고든 게코의 명언을 현실로 만들었다. 금융업계의 로비로 글래스-스티걸법 같은 규제가 무력화됐고, 파생상품이라는 괴물이 탄생했다. SEC(증권거래위원회)는 늘어나는 금융 범죄를 감시하기에 역부족이었다. 벨포트 같은 사기꾼들은 법의 사각지대를 교묘히 이용했다. 그들은 가짜 회사의 주식을 헐값에 사들인 뒤, 텔레마케팅으로 가격을 부풀려 팔았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은퇴자금을 노리는 노인들이었다. 1998년 벨포트가 체포되기까지 수천 명이 평생 저축을 잃었다.
마틴 스코세이지의 The Wolf of Wall Street은 조던 벨포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벨포트를 카리스마 넘치는 사기꾼으로 완벽하게 재현했다. 영화는 그가 어떻게 브롱크스의 중산층 청년에서 월스트리트의 늑대로 변모하는지 보여준다. 조나 힐이 연기한 도니 아조프와 함께 그들은 마약과 매춘, 사기로 점철된 광란의 파티를 벌인다. 스코세이지는 3시간이라는 러닝타임 동안 쉴 틈 없는 속도감으로 탐욕의 절정을 그려낸다. 특히 퀘일루드 과다복용 장면에서 디카프리오의 신체 연기는 희극과 비극의 경계를 넘나든다. 영화는 도덕적 판단을 유보한 채 관객을 벨포트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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