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7일 밤, 그루지야군이 남오세티야의 수도 츠힌발리를 향해 포격을 시작했다.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이 열리던 그날, 세계의 이목이 중국으로 쏠려 있는 동안 캅카스 산맥 남쪽에서는 또 다른 비극이 시작되고 있었다. 미하일 사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은 분리 독립을 선언한 남오세티야를 무력으로 진압하려 했고, 이는 곧 러시아의 대규모 군사 개입을 불러왔다. 5일간의 짧은 전쟁은 수백 명의 민간인 희생자와 수만 명의 난민을 낳았으며, 그루지야는 영토의 20%를 잃었다.
그루지야-러시아 전쟁. 관련 역사 사진. ⓒ Public Domain
이 전쟁은 단순한 지역 분쟁이 아니었다. 냉전 종식 후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 정책과 서방을 향한 그루지야의 열망이 충돌한 지정학적 사건이었다. 나토 가입을 추진하던 그루지야와 구소련 지역에서의 영향력 상실을 우려한 러시아의 이해관계가 정면으로 부딪혔다. 푸틴의 러시아는 이 전쟁을 통해 구소련 국가들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서방과의 협력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경고였다. 국제사회는 러시아를 비난했지만, 실질적인 제재나 군사적 개입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레니 할린 감독의 5 Days of War는 이 비극적인 5일을 전쟁 특파원의 시선으로 재구성한다. 루퍼트 프렌드가 연기한 미국인 기자 토마스 앤더스는 동료들과 함께 전쟁의 한복판에서 진실을 기록하려 한다. 영화는 츠힌발리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과 러시아군의 압도적인 진격, 그리고 국제사회의 무관심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발 킬머와 앤디 가르시아의 연기는 전쟁의 혼란 속에서도 인간성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모습을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특히 그루지야 민간인들의 고통을 담은 장면들은 관객에게 전쟁의 참상을 직접적으로 전한다.
5 Days of War (2011), 레니 할린 감독. ⓒ Production Company
역사와 영화는 '잊혀진 전쟁'이라는 공통분모로 만난다. 실제 전쟁처럼 영화 속 기자들도 세계의 관심을 끌어내는 데 실패한다. 올림픽에 열광하는 국제사회, 복잡한 지정학적 계산에 매몰된 강대국들, 그리고 그 틈바구니에서 희생되는 작은 나라의 운명. 영화는 카메라와 펜으로 진실을 알리려는 언론인들의 좌절을 통해 국제정치의 냉혹한 현실을 고발한다. 2,000년 역사를 가진 그루지야가 5일 만에 무너지는 과정은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질서의 민낯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2008년의 그루지야 전쟁은 2014년 크림반도 병합과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의 전조였다. 국제사회의 미온적 대응은 러시아에게 더 큰 모험을 감행할 수 있는 자신감을 주었다. 오늘날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비극을 보며 우리는 16년 전 캅카스에서 울린 경고음을 제대로 듣지 못했음을 깨닫는다. 작은 나라들의 주권과 선택의 자유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는 여전히 국제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전쟁은 늘 승자와 패자를 가른다고 하지만, 진정한 패자는 언제나 무고한 시민들이다. 츠힌발리의 폐허 속에서, 고리의 난민 캠프에서, 그리고 오늘날 우크라이나의 방공호에서 우리는 같은 질문을 마주한다. 강대국의 야망과 작은 나라의 생존권 사이에서 국제사회는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그리고 우리는 또 다른 5일간의 전쟁을 막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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