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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째주 · 2024
[12월 2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둘 다 글로벌 자본주의의 최하층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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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둘 다 글로벌 자본주의의 최하층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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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24일 토요일 저녁,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외곽의 아슈리아 지역에서 비극이 시작되었다. 타즈린 패션 공장 1층 창고에서 발생한 화재는 순식간에 9층 건물 전체로 번져나갔다. 112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고, 2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희생자 대부분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젊은 여성들이었다. 그들은 월마트, C&A, 까르푸 등 글로벌 브랜드의 옷을 만들며 하루 14시간씩 일했고, 화재 경보가 울렸을 때도 관리자들은 "훈련일 뿐"이라며 계속 일하라고 지시했다. 비상구는 잠겨 있었고, 좁은 계단은 연기로 가득 찼다.

역사 사건

방글라데시 의류공장 화재. 관련 역사 사진. ⓒ Public Domain

타즈린 화재는 우연한 사고가 아니었다. 방글라데시는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의류 수출국으로, 4백만 명의 노동자가 5천 개가 넘는 공장에서 일한다. 이들의 월급은 37달러에 불과했고, 안전 규정은 무시되었다. 서구 기업들은 값싼 노동력을 찾아 방글라데시로 몰려들었지만, 하청업체의 노동 환경에는 눈을 감았다. 타즈린 공장은 화재 6개월 전 월마트의 안전 점검에서 '고위험' 판정을 받았음에도 계속 주문을 받았다. 글로벌 패스트패션의 이면에는 제3세계 여성 노동자들의 희생이 있었다.

루바이얏 호사인 감독의 Made in Bangladesh는 이러한 현실을 정면으로 다룬다. 주인공 시무는 다카의 의류공장에서 일하는 23살 여성이다. 동료의 화재 사고 사망을 목격한 후, 그녀는 노동조합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리크타 나누가 연기한 시무는 두려움과 용기 사이에서 흔들리는 평범한 노동자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영화는 공장 내부의 일상을 다큐멘터리처럼 담담하게 보여준다.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재봉틀 소리, 감시자의 호통, 화장실 가는 것도 허락받아야 하는 현실. 호사인 감독은 선동적인 메시지 대신 노동자들의 일상 속 작은 연대와 저항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영화 스틸

Made in Bangladesh (2019), 루바이얏 호사인 감독. ⓒ Production Company

타즈린 화재와 Made in Bangladesh는 놀랍도록 닮아 있다. 둘 다 글로벌 자본주의의 최하층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다. 실제 사건에서처럼 영화 속 노동자들도 비상구 없는 공장에서 일하고, 임금 체불에 시달리며, 노조 결성 시도는 해고와 폭력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영화는 비극을 넘어 희망을 말한다. 시무와 동료들이 만들어가는 작은 변화는 타즈린 이후 방글라데시에서 실제로 일어난 노동운동의 씨앗을 보여준다. 역사적 비극과 영화적 서사는 '연대'라는 지점에서 만난다. 개인의 목소리가 모여 집단의 힘이 되는 과정, 그것이 두 이야기가 전하는 공통의 메시지다.

타즈린 화재로부터 12년이 지났지만, 패스트패션의 그늘은 여전히 짙다. 우리가 입는 저렴한 옷들은 여전히 방글라데시, 베트남, 캄보디아의 젊은 여성들이 만든다. 팬데믹 기간 동안 많은 글로벌 브랜드들이 주문을 취소하면서 수백만 명의 의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하지만 변화도 있었다. 타즈린과 라나플라자 참사 이후 국제적 압력으로 '방글라데시 안전협정'이 체결되었고, 일부 공장의 안전 환경이 개선되었다. Made in Bangladesh 같은 영화들이 만들어지고,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조금씩 들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매일 옷을 입는다. 그 옷이 어디서 누구의 손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타즈린의 비극과 시무의 용기는 우리에게 묻는다. 소비의 편의 뒤에 숨은 타인의 고통을 외면할 권리가 있는가? 1달러를 아끼기 위해 한 사람의 존엄을 짓밟는 시스템을 언제까지 용인할 것인가? 영화는 끝나고 역사는 계속된다. 그러나 진정한 변화는 거대한 혁명이 아니라 일상의 작은 선택에서 시작된다. 오늘 당신이 입은 옷의 라벨을 들여다볼 때, 그 안에서 시무의 얼굴을 발견할 수 있을까?

공식 예고편

Made in Bangladesh (2019) — 루바이얏 호사인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