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 5월 26일부터 6월 4일까지, 프랑스 북부의 작은 항구도시 덩케르크에서는 인류 전쟁사에 남을 기적이 일어났다. 독일군에 포위된 영국 원정군과 프랑스군 40만 명이 좁은 해변에 갇혀 있었고, 처칠은 3만 명 정도만 구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영국 해군의 구축함들과 함께 어선, 요트, 유람선 등 민간 선박 700여 척이 도버 해협을 건너 구조 작전에 참여했다. 9일간의 작전 기간 동안 독일 공군의 폭격 속에서도 33만 8천여 명이 영국으로 철수하는 데 성공했다. 역사는 이를 '덩케르크의 기적'이라 부른다.
덩케르크 철수작전. 관련 역사 사진. ⓒ Public Domain
이 철수작전은 단순한 군사적 후퇴가 아니었다. 히틀러의 전격전에 무너진 유럽에서 영국이 홀로 나치에 맞설 수 있는 토대가 되었고, 궁극적으로는 연합군의 반격을 가능케 한 전환점이었다. 처칠이 "우리는 해변에서 싸울 것이다"라고 외쳤던 그 유명한 연설도 바로 이 작전 직후에 나왔다. 군사적 패배를 정신적 승리로 전환시킨 것은 평범한 시민들이었다. 램지 제독의 지휘 아래 수백 명의 민간인 선장들이 자발적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병사들을 구출했다. 전쟁의 본질이 국가 간 대결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을 지키려는 투쟁임을 보여준 순간이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2017년 작품 Dunkirk는 이 역사적 사건을 독특한 방식으로 재현한다. 육지에서 일주일, 바다에서 하루, 공중에서 한 시간이라는 세 개의 시간축을 교차시키며 전쟁의 다층적 경험을 보여준다. 톰 하디, 킬리언 머피, 케네스 브래너 등이 출연했지만, 진정한 주인공은 익명의 병사들과 민간인들이다. 놀란은 대사를 최소화하고 한스 짐머의 시계 소리 같은 음악으로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영화는 영웅담이 아닌 생존의 이야기를, 승리가 아닌 살아남음의 의미를 탐구한다.
Dunkirk (2017),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 Production Company
덩케르크 철수작전과 놀란의 영화는 모두 전쟁에서 시간의 의미를 재정의한다. 역사적으로 이 9일은 단순한 후퇴의 시간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시간이었다. 영화 역시 시간의 압축과 팽창을 통해 전쟁의 혼돈 속에서 개인이 경험하는 시간의 상대성을 보여준다. 해변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병사에게 일주일은 영원처럼 길었고, 연료가 떨어져가는 스핏파이어 조종사에게 한 시간은 찰나였다. 두 텍스트 모두 거대한 역사적 사건을 개인의 미시적 경험으로 환원하면서도, 그 개인들의 선택이 모여 역사를 만든다는 통찰을 제시한다.
2025년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째 계속되고 있다. 민간인들이 전선으로 향하고, 일반 시민들이 드론을 조작하며 방어전을 펼친다. 덩케르크의 어부들이 작은 배로 병사들을 구했듯이, 오늘날의 시민들은 새로운 방식으로 전쟁에 참여한다. 기술은 변했지만 전쟁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보여주는 용기와 연대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덩케르크가 증명했듯이, 때로는 후퇴가 전진을 위한 준비이며, 패배가 승리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구조된 병사가 처칠의 연설문을 읽는다. "우리는 결코 항복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놀란은 이를 영웅적 선언이 아닌 조용한 독백으로 처리한다. 생존 자체가 저항이었고, 살아남음 자체가 승리였다. 덩케르크는 우리에게 묻는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희망을 찾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역사의 거대한 파도 앞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어쩌면 답은 단순할지 모른다.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작은 배라도 띄우는 것,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는 것. 그것이 기적을 만드는 시작 아닐까?

![[1월 2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구조된 병사가 처칠의 연설문을 읽는다](https://pltpjrfdfxxbnivrtoew.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films/dunkirk_backdrop.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