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20일, 리비아의 시르테에서 42년간 철권통치를 이어온 무아마르 카다피가 최후를 맞았다. 그의 고향이자 마지막 거점이었던 이 도시의 하수구에 숨어있던 독재자는 반군에게 발견돼 끌려나왔고, 군중들의 분노 속에서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다. 아랍의 봄이 시작된 지 10개월, 리비아 내전이 발발한 지 8개월 만의 일이었다. 한때 '아프리카의 왕들의 왕'을 자처하며 서방과 대립각을 세웠던 카다피의 몰락은 중동과 북아프리카 전역에서 일어난 민주화 열망의 상징적 사건이었다. 그러나 독재자의 죽음이 곧 자유의 시작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리비아는 카다피 사후에도 내전과 분열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수많은 난민들이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향하는 비극적 행렬이 이어졌다.
리비아 카다피 정권 몰락, 2011년 10월 20일. 42년간 리비아를 통치한 무아마르 카다피가 시르테에서 반군에 의해 사살된 사건. ⓒ AFP
카다피의 몰락은 단순히 한 독재자의 종말이 아니라 냉전 이후 중동 질서의 재편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1969년 쿠데타로 집권한 카다피는 석유 자원을 바탕으로 반서방, 반제국주의를 표방하며 독특한 정치체제인 '자마히리야'를 구축했다. 그는 아랍 민족주의와 사회주의를 결합한 '제3의 길'을 주창했지만, 실상은 부족 정치와 개인 숭배에 기반한 독재체제였다. 2011년 튀니지에서 시작된 재스민 혁명의 불꽃이 리비아에 옮겨붙자, 카다피는 무력으로 진압에 나섰고 이는 NATO의 개입을 불러왔다. 서방의 군사 지원을 받은 반군 세력은 결국 카다피 정권을 무너뜨렸지만, 그 과정에서 리비아는 파편화됐고 각 지역의 민병대들이 할거하는 무정부 상태로 전락했다.
팔레스타인 출신 감독 마디 플레이펠의 다큐멘터리 A World Not Ours는 레바논 남부 아인 엘 헬웨 난민촌의 일상을 담담히 기록한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팔레스타인을 떠난 난민들이 정착한 이 캠프는 60년이 넘도록 '임시' 거주지로 남아있다. 감독은 어린 시절부터 방문했던 이곳의 친구들과 가족들을 카메라에 담으며, 영원한 망명 상태에 갇힌 사람들의 삶을 조명한다. 축구를 좋아하는 청년 아부 이야드는 월드컵을 TV로만 볼 수 있고, 캠프 밖으로 나갈 수 없는 현실에 좌절한다. 세대를 거듭해도 변하지 않는 난민의 신분, 국적도 시민권도 없는 유령 같은 존재들의 이야기는 관객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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