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8월 14일, 김학순 할머니가 서울 중구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내가 살아있는 증거다"라는 떨리는 목소리로 시작된 그녀의 증언은 반세기 동안 묻혀있던 진실의 봉인을 깨뜨렸다. 일본군 '위안부'라는 이름으로 불린 성노예제의 피해자였던 그녀는 17세에 중국으로 끌려가 겪은 참상을 낱낱이 고발했다. 이날은 훗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로 지정됐고, 김학순 할머니의 용기는 전 세계 238명의 한국인 피해자들이 침묵을 깨고 나서는 계기가 됐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1932–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군에 의해 강제 동원된 조선인 여성들의 비극적 증언. ⓒ 여성가족부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단순한 전시 성범죄를 넘어선 국가 차원의 조직적 인권유린이었다. 1932년부터 1945년까지 일본 정부와 군부는 '위안소'라는 이름으로 성노예 시설을 운영했고, 최소 20만 명의 여성들이 강제 동원됐다. 피해자의 80%가 한국인이었으며, 대부분 14세에서 19세 사이의 어린 소녀들이었다. 일본은 패전 후 관련 문서를 조직적으로 소각했고, 1965년 한일협정에서도 이 문제를 의도적으로 배제했다. 1990년대 들어서야 피해자들의 증언과 시민사회의 노력으로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조정래 감독의 Spirits' Homecoming은 7만 5천여 명의 시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12억 원의 제작비로 완성된 영화다. 1943년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14세 소녀 정민이 일본군 위안소로 끌려가 겪는 참상과 현재를 살아가는 생존자의 이야기를 교차편집으로 보여준다. 강하나와 최리가 연기한 소녀들의 순수한 눈빛이 잔혹한 현실과 대비되며 관객의 가슴을 후빈다. 특히 위안소에서 숨진 소녀들의 영혼을 달래는 씻김굿 장면은 한국적 정서로 역사의 상처를 치유하려는 감독의 의지를 담아냈다.

![[2월 1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역사적 사실과 영화적 재현 사이에는 늘 긴장이 존재한다](/api/image?url=https%3A%2F%2Fcdn.asia24.co.kr%2Fimages%2Ftmdb%2Fb22f27987adbf59c8d8cda62557ec02d.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