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4월 2일 새벽, 아르헨티나 해군 특수부대가 남대서양의 작은 섬 포클랜드에 상륙했다. 스탠리 항구의 영국 총독부에는 유니언 잭이 내려지고 아르헨티나 국기가 게양됐다. 레오폴도 갈티에리 군사정권은 이 섬을 '말비나스'라 부르며 150년간의 영국 지배를 끝냈다고 선언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5월 광장에는 환호하는 군중이 모였고, 런던의 마가렛 대처 총리는 즉각 함대 파견을 명령했다. 74일간 지속된 이 전쟁은 양국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649명의 아르헨티나군과 255명의 영국군이 차가운 남대서양에서 목숨을 잃었다.
포클랜드 전쟁(말비나스 전쟁), 1982년 4–6월. 영국과 아르헨티나가 남대서양 포클랜드 제도를 둘러싸고 74일간 벌인 전쟁으로 약 900명이 전사했다. ⓒ Reuters
포클랜드 전쟁은 20세기 후반 가장 기이한 전쟁 중 하나였다. 경제 위기에 시달리던 갈티에리 정권은 국민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민족주의 카드를 꺼냈다. 영국 역시 경기 침체로 고전하던 대처 정부가 1만 2천 킬로미터 떨어진 섬을 위해 대규모 원정을 감행했다. 냉전 시대의 역설적 풍경이었다. 미국의 동맹국 둘이 남반구에서 19세기식 영토 전쟁을 벌인 것이다. 전쟁은 예상외로 격렬했다. 엑소세 미사일에 격침된 HMS 셰필드, 벨그라노 호와 함께 침몰한 323명의 아르헨티나 수병들. 이 비극적 충돌은 양국의 정치 지형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2005년 아르헨티나 감독 트리스탄 바우어는 다큐멘터리 Illuminated를 발표했다. 이 작품은 포클랜드 전쟁 참전 용사들의 증언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바우어는 부에노스아이레스 근교의 허름한 아파트, 파타고니아의 외딴 마을을 찾아다니며 생존자들을 만났다. 카메라는 그들의 떨리는 손과 멍한 눈동자를 가만히 응시한다. 한 참전 용사는 동료의 죽음을 목격한 순간을 묘사하다 말을 잇지 못한다. 또 다른 이는 귀국 후 겪은 사회적 냉대를 담담히 고백한다. 영화는 전쟁의 영웅 서사를 거부하고, 대신 개인의 트라우마와 집단의 망각 사이에서 고통받는 인간들을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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