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3월 16일, 이라크 북부 할라브자에서 인류사의 가장 잔혹한 화학무기 공격이 벌어졌다. 사담 후세인 정권은 이란-이라크 전쟁 말기, 이란과 내통했다는 이유로 쿠르드족 마을에 겨자가스와 신경가스를 살포했다. 단 하루 만에 5,000명이 즉사했고, 이후 1만 명이 넘는 주민들이 후유증으로 사망했다. 거리에는 아이를 안은 채 숨진 어머니들, 물을 찾아 개울가로 기어간 흔적들, 하늘을 올려다보며 죽어간 노인들의 시신이 널려 있었다. 국제사회는 침묵했고, 쿠르드족은 또다시 역사의 희생양이 됐다.
이라크 할라브자 화학무기 공격, 1988년 3월 16일. 사담 후세인 정권이 쿠르드 마을 할라브자에 독가스를 투하해 민간인 5,000명이 학살당한 사건. ⓒ AP통신
할라브자 학살은 단순한 전쟁 범죄를 넘어 20세기 국제정치의 위선을 폭로하는 사건이었다. 냉전 체제 하에서 미국과 소련은 각자의 이익에 따라 이라크를 지원하거나 방관했다. 특히 미국은 이란 혁명 이후 반이란 정책의 일환으로 사담 후세인을 암묵적으로 지원했고, 화학무기 제조에 필요한 물질들이 서방 기업들을 통해 이라크로 흘러들어갔다. 유엔 안보리는 형식적인 비난 성명만 낼 뿐 구체적인 제재는 없었다. 쿠르드족은 4,000년의 역사를 가진 민족이면서도 자신들의 국가를 갖지 못한 채, 터키, 이란, 이라크, 시리아에 분산돼 각국의 탄압을 받으며 살아왔다.
2004년, 이란계 쿠르드 감독 바흐만 고바디는 Turtles Can Fly를 통해 전쟁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쿠르드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2003년 이라크 전쟁 직전, 터키 국경 근처 난민캠프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13살 소년 '위성'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지뢰를 제거하고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아이들, 화학무기 공격으로 팔을 잃은 소년 헹고브, 그리고 전쟁의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소녀 아그린의 이야기가 담담하게 펼쳐진다. 고바디는 비전문 배우인 실제 난민 아이들을 기용해 다큐멘터리적 사실성을 추구하면서도, 거북이가 하늘을 날 수 있다는 환상적 제목처럼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찾으려는 아이들의 순수함을 포착한다.

![[2월 2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고바디의 카메라가 포착한 순수한 눈빛들은 여전히 우리에게 묻는다](/api/image?url=https%3A%2F%2Fcdn.asia24.co.kr%2Fimages%2Ftmdb%2Fff9ca659d0ca4d4b90994b6d6837a4c4.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