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8일, 인도양 케냐 해안에서 400킬로미터 떨어진 공해상. 미국 국적 화물선 머스크 앨라배마호가 소말리아 해적 4명에게 피랍됐다. 선장 리처드 필립스는 자신을 인질로 내어주며 선원들을 구했고, 5일간의 긴박한 대치 끝에 미 해군 특수부대의 작전으로 구출됐다. 이 사건은 21세기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해적의 실체를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소말리아 앞바다에서 벌어진 이 납치극은 단순한 범죄를 넘어, 무너진 국가와 절망적 빈곤이 낳은 비극의 단면을 보여주었다.
머스크 앨라배마호 해적 납치, 2009년 4월 8일. 소말리아 해적이 미국 화물선 머스크 앨라배마호 선장 리처드 필립스를 인질로 잡은 사건. ⓒ U.S. Navy
소말리아는 1991년 시아드 바레 정권 붕괴 이후 20년 넘게 내전과 무정부 상태에 빠져있었다. 외국 어선들이 소말리아 영해를 침범해 무분별한 어업을 일삼자, 생계를 잃은 어민들이 해적으로 변모했다. 처음엔 자위적 성격이었던 이들의 행동은 곧 조직화된 납치 산업으로 진화했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소말리아 해적들은 연간 1억 5천만 달러 이상의 몸값을 챙겼다. 국제사회는 군함을 파견했지만, 3만 평방킬로미터에 달하는 광활한 해역을 완벽히 통제하기란 불가능했다. 해적 문제의 근본 원인인 소말리아의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붕괴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있었다.
폴 그린그래스 감독의 Captain Phillips는 바로 이 사건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톰 행크스가 연기한 필립스 선장과 소말리아계 미국인 바크하드 압디가 연기한 해적 두목 무세의 대결은 단순한 선악 구도를 넘어선다. 핸드헬드 카메라로 포착한 숨막히는 긴장감 속에서도, 영화는 해적들의 인간적 면모를 놓치지 않는다. "나도 어부였어"라고 말하는 무세의 대사는, 그들이 단순한 악인이 아닌 구조적 폭력의 희생자임을 암시한다. 영화 후반부, 구출된 필립스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오열하는 장면은 톰 행크스의 연기 인생 최고의 순간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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