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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4째주 · 2025
[2월 4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예멘,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에서 수백만 명이 굶주림에 시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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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4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예멘,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에서 수백만 명이 굶주림에 시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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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10월, 에티오피아 북부 티그라이 지역의 코렘 난민 수용소. BBC 특파원 마이클 뷰어크의 카메라가 포착한 것은 인류 역사상 가장 참혹한 기근의 현장이었다. 멩기스투 하일레 마리암 군사정권의 강제 이주 정책과 내전으로 인해 800만 명이 기아에 시달렸고, 10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메마른 대지 위에 널브러진 시신들, 뼈만 앙상하게 남은 아이들의 모습은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겼다. 밥 겔도프가 주도한 '라이브 에이드' 자선 콘서트가 열렸지만, 구호물자의 상당 부분은 정작 굶주린 이들에게 닿지 못했다. 정치적 계산과 군사적 목적이 인도주의적 위기를 더욱 악화시켰다.

역사 사건

에티오피아 기근. 관련 역사 사진. ⓒ Public Domain

에티오피아 기근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었다. 멩기스투 정권은 반군 세력이 강한 북부 지역 주민들을 의도적으로 굶주리게 했다. 소련의 지원을 받는 사회주의 정권은 농업 집단화 정책을 강행했고, 이는 전통적인 농업 체계를 붕괴시켰다. 더욱 비극적인 것은 국제사회가 이 재난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점이다. 미국은 반공 전선의 일환으로, 소련은 자신들의 동맹국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접근했다. 구호 활동조차 냉전의 논리에 종속되었고, 결국 가장 큰 대가를 치른 것은 무고한 민간인들이었다. 권력자들의 이데올로기 전쟁 속에서 인간의 생명은 숫자로만 취급되었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The Last Temptation of Christ는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논란작이다. 윌렘 데포가 연기한 예수는 신성과 인성 사이에서 고뇌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가 마지막 순간 일반인으로서의 삶을 꿈꾸는 장면은 종교계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영화는 예수를 초월적 존재가 아닌, 의심하고 갈등하는 한 인간으로 묘사한다. 하비 카이텔의 유다 역시 단순한 배신자가 아닌, 예수의 운명을 완성시키기 위해 고통스러운 선택을 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스코세이지는 종교적 도그마를 넘어 인간 실존의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영화 스틸

The Last Temptation of Christ (1988),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 ⓒ Production Company

에티오피아의 굶주린 대중과 십자가 위의 예수. 언뜻 무관해 보이는 두 이미지는 고통의 의미라는 점에서 만난다. 기근으로 죽어간 이들은 권력자들의 정치적 야망을 위한 희생양이었고, 예수 역시 당시 종교·정치 권력의 희생자였다. 스코세이지의 영화가 보여주는 예수의 인간적 갈등은 에티오피아 난민들의 고통과 닮아있다. 그들 모두는 자신들이 원하지 않은 운명을 강요받았고, 구원의 약속 앞에서 배신당했다. 영화 속 예수가 십자가에서 내려와 평범한 삶을 사는 환상은, 기근에 시달리던 이들이 꿈꾸었을 일상의 행복과 다르지 않다. 신성한 고통이든 정치적 고통이든, 결국 그것을 감내하는 것은 연약한 인간이다.

40년이 지난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기아가 계속되고 있다. 예멘,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에서 수백만 명이 굶주림에 시달린다. 그리고 여전히 이러한 위기는 정치적 목적에 이용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곡물 수급 불안정은 아프리카의 식량 위기를 가중시켰지만, 강대국들은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한다. 한편으로 우리는 여전히 고통의 의미를 묻는다. 스코세이지의 영화가 던진 질문처럼, 고통이 구원으로 가는 필연적 과정인지, 아니면 단지 무의미한 비극인지를 놓고 씨름한다. 종교든 정치든, 대의를 위한 희생이라는 명분은 개인의 고통을 정당화할 수 있는가.

에티오피아 기근의 생존자들은 증언한다.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배고픔 자체가 아니라, 세상에 잊혀진다는 두려움이었다고. The Last Temptation of Christ의 예수가 겪는 가장 큰 유혹은 기적을 행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이었다. 어쩌면 우리 시대의 가장 큰 유혹은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고 일상의 안락함 속에 안주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권력자들이 만든 거대한 서사 속에서 개인의 고통이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과연 우리는 타인의 십자가를 직시할 용기가 있는가.

공식 예고편

The Last Temptation of Christ (1988) —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